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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마니반메훔’ 모독한 KBS

기자명 장지현
육자진언이 궁예진언인가.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지난 주말 방영분(11월 18, 19일)을 본 불자들의 한결같은 의문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한 사극(史劇)이라도 드라마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각색이 필요로 한 것이라 이해된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본 드라마에서는 다행히 그런 부분에 대하여 해설을 곁들이거나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유발하는 쪽으로 처리하곤 하였지만, 지난 주말 궁예의 육자진언 강권 장면은 그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기 이를데 없었다.

그 방영 분을 시청한 불자들의 생각은 대략 두가지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관세음보살 본심진언인 육자대명왕진언을 궁예가 차용하여 '궁예진언’처럼 인식된 점이고, 둘째는 과연 육자진언이 그 당시 유포되었는가 하는 사료적 진실이었다.

육자진언은 불교의 대표적 진언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주력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밀교에서는 육자진언이야말로 신앙의 상징이요, 본질이기도 한 것이다. 진언의 연원은 멀리 인도의 고대 경전 리그베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나라에 육자진언이 전래된 것은 11C 무렵 몽골을 통해서라는 것이 정설이다.

밀교가 신라 말 전래 되기는 하였지만 11C 이전의 불교 전적이나 유물 가운데 아직까지 육자진언 문양이 발견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후삼국 그 당시는 육자진언이 유포되기 이전임으로 궁예가 육자진언을 강조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이다. 더욱 궁예가 주장하는 미륵사상과 진언은 별개의 신행 형태이기에 그 경계가 분명해 진다.

시청률을 중시하는 대중 방송매체가 검증되지 않은 사료를 각색했다고 해서 불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이런 오류를 담은 공중파의 영향력으로 인해 불교 최상의 진언인 육자진언이 궁예가 창안한 ‘궁예진언’처럼 잘못 비춰져서 밀교 종단들에게는 포교의 장애를 초래하고, ‘진언행자’들에게는 신심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자들은 우주의 언어, 생명의 언어라 신행하는 육자진언이 겨우 ‘폭군이 혹세무민하기 위해 주술처럼 사용’하는 진언이냐고 반문한다. 불교가 무조건 화면에 오래 비치면 포교에 도움이 되지않느냐고 생각하는 반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물론 앞 뒤 정황으로 보아 제작자의 의도가 결코 불교를 왜곡하려 했다거나 진언 신앙을 폄하하려 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단,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한국방송공사가 '대하드라마’라는 형식을 빌려 방영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고증절차를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만은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다. 또 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가 연못의 개구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한 검증되지 않은 연출이 진언 진행자들에게는 씻을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역사는 이긴 자의 기술이기에 전설 보다 오히려 더 허구일 수 있고, 진실의 왜곡일 수 있다. 문자로 기록된 정사(正史) 보다는 야사(野史)가 더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는 것이다.

1천여년 전 이 땅을 중심으로 미륵 세상을 꿈꾸다 사라진 한 슬픈 영웅의 변론이 그리워진다.


장지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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