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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위야그리 자타카-하

자신 희생해 호랑이 가족 살린 왕자

▲ 일본 호류지 타마무시 사원에 있는 아스카 시대 위야그리 자타카(Vyāghrī Jātaka).

아리야 슈라의 자타카말라에 나타난 위야그리 자타카(Vyāghrī Jātaka)는 인도에서는 나타나지만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벽화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중앙아시아 벽화들은 한역 ‘금광명경 사신품’에 나타나는 위야그리 자타카 이야기를 선호하며 키질 돈황 등의 석굴사원에서 조금씩 변형되어 다양하게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경우 신체는 부모님에게서 받은 것이라는 유교적 사고방식의 영향으로 이 이야기가 중앙아시아만큼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 키질 위야그리 자타카 벽화에 나타나는 호랑이의 모습이 인위적으로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굶주린 호랑이가족 보고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
몸을 던져 먹잇감 자처

한때 부처님께서는 마하랏타(Mahārattha)라는 왕의 세 번째 아들 마하삿트와(Mahāsattva)로 이 세상에 태어나셨다. 왕은 3명의 아들과 함께 국가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모두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몸매가 훌륭하고 위엄과 덕행이 있었다. 하루는 세 왕자들이 함께 동산을 거닐며 산책하다가 큰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이 왕자들을 엄습했지만 3명의 왕자들은 계속해서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깊은 숲속에서 왕자들은 일곱 마리의 새끼 호랑이들에게 둘러싸인 암호랑이를 발견했다.

첫째 왕자가 말했다. “이 호랑이는 새끼를 낳은 지 7일이 지났지만 일곱 마리의 새끼 호랑이들에게 둘러싸여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고 있구나. 이러다가 몹시 배가 고프면 저 새끼들을 잡아먹을 것 같다.” 이때 암호랑이와 새끼들을 불쌍히 여긴 막내 왕자가 호랑이의 먹이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물어보자, 오직 싱싱하고 따뜻한 고기와 피만을 먹는다고 형들이 답했다. 막내 왕자가 형들에게 호랑이 먹이를 좀 구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자, 형들은 “이 호랑이는 너무 오래 굶었기 때문에 기운이 없고 몸이 야위고 피곤해서 곧 죽을 것이다. 먹이를 구해 온다고 해도 그동안 죽어버릴 것이다”고 답했다.

첫째 왕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이 자신의 신체라며 한숨을 쉬었고 둘째 왕자는 세속에 머무는 사람은 무지와 탐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희생하기가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굶어 죽어가는 호랑이들을 걱정하며 떠나가는 형들을 바라보며 ‘여기에 내 몸이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고 막내왕자가 말했다. “형님들은 신하들과 함께 먼저 거처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막내 왕자는 조용히 옷을 벗어 대나무 가지위에 걸어 놓고 자신의 서원을 세웠다. ‘모든 생류들의 행복과 위없이 두루 완전한 깨달음을 위해 흔들림 없는 대비심으로 저의 신체를 보시하여 여덟 마리의 호랑이들을 모두 살리겠습니다.’ 막내 왕자는 이렇게 자신의 보시행을 완성시키는 서원을 세운 후, 자신의 몸을 굶주린 호랑이 앞에 던졌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암호랑이는 눈앞에 있는 먹이조차 먹을 힘이 없었다. 이를 알아차린 막내 왕자는 마른 대나무 가지로 자신의 목을 찔러 피를 낸 후 절벽 위로 올라가 호랑이 앞에 다시 몸을 던졌다. 피 냄새가 호랑이의 본능을 자극하자 암호랑이는 마지막 힘을 내어 피를 핥아먹고 살을 뜯어 먹었다. 암호랑이는 원기를 회복했고 일곱 마리의 새끼들에게 젖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막내왕자가 이렇게 거룩한 자기희생을 했을 때 대지가 여섯 차례 진동을 했다. 불길한 생각에 다시 돌아온 첫째와 둘째 왕자들은 대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막내왕자의 옷과 여기저기 흩어진 막내왕자의 뼛조각들만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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