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尋牛圖), 혹은 목우도(牧牛圖)로 불리는 십우도는 제1 심우(尋牛, 소를 찾아 나서다), 제2 견적(見跡, 발자취를 보다), 제3 견우(見牛, 소를 보다), 제4 득우(得牛, 소를 잡다), 제5 목우(牧牛, 목동이 되다), 제6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제7 망우존인(忘牛存人, 소를 버리니 그대로 사람이다), 제8 인우구망(人牛俱忘, 사람과 소를 모두 버리다), 제9 반본환원(返本還源, 근원으로 돌아가다), 제10 입전수수(入纏垂手, 저잣거리로 들어가 손을 드리우다) 등 10개의 그림으로 묘사된다.
십우도는 이처럼 선 수행의 과정과 의미를 소에 견주어 그림과 시로 표현해 근원적 진리를 깨우치는 선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 책 ‘상징의 심리학’은 이렇듯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십우도를 칼 융의 분석심리학으로 심도 있게 분석했다.
불교를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매진해온 저자가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 십우도의 숨겨진 의미를 해석한 것. 저자는 여기서 진정한 나를 탐구하기 위한 기본적 준비과정을 열 개의 단계로 나누고 있는 십우도의 본질이 “표면적으로는 선불교라는 종교의 옷을 입고 있음에도 본질적으로는 심리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십우도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내가 어떻게 나를 만나고, 어떻게 나를 길들이고, 어떻게 나를 초월하는지를 보여주는 명료한 안내서다. 저자는 “이것을 융의 비유로 말한다면, 신화적 영웅이 스스로 무의식으로 침하하여 자연 그대로의 정신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새로운 질서는 의식이 최고의 발달단계에 이르렀을 때 일어난다. 최고의 의식성은 자아의식이 아니라 무아의식”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무아의식이 불교의 부처이고, 융 심리학의 자기이며, 기독교의 그리스도”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무아의식은 종족에 따라, 종교에 따라 수많은 다른 이름이 붙여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십우도를 융의 심리학으로 새롭게 해석하면서 심리학과 종교적 상징의 만남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구원에 대한 인식과 해석에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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