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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왜 떠나나

극도의 재정난…승가교육 외면이 원인

종범 스님이 중앙승가대 총장 취임 7개월만에 총장직은 물론 교수직까지 내놓겠다는 배경에는 승가대에 대한 교계의 불신과 무관심, 그리고 극도의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 제대로 된 승가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견해다.

승가대 운영의 대부분을 종단 전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학교측은 최소한의 운영비와 시설관리비를 제외한 교직원 인권비는 물론 교육비, 학술세미나 지원비, 장학금, 실습비 보조금, 학생지원비 등을 대폭 삭감해야 했다.

또 기획실, 불전국역연수원 등을 없애는 등의 행정 편제 개편을 통해 채 30여 명도 되지 않은 직원을 더욱 줄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실제 중앙승가대는 현재 전기세, 수도세 등 기본적인 세금조차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직원의 월급조차 제 때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승가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둘째치고 승가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앙승가대 내부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승가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자기매김될 때 승가의 교육과 규율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소 강조했던 종범 스님은 총장 직후 “많은 대중들의 의견을 듣고 그 뜻을 모아 일을 추진하겠으며, 승가학풍의 수립과 승가교육의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수행풍토 확립을 위한 청규(淸規)를 마련하는 한편 승가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수행 전담 교수 초빙과 학술세미나 개최, 학술지 발간 등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승가대의 재정난이 가속화되고 종단의 짐처럼 취급되는 가운데 도저히 소신을 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강단을 떠나게 됐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중앙승가대는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종단의 기본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종단의 지원금 감소로 인해 기본적인 교육과 업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학교측에서는 안암학사에서 김포학사 이전하면서 최소 37억이 필요할 것으로 예산을 잡고 종단 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종단에서도 학사건립 공사대금으로 당장 올 10월말까지 50억을 지급해야 하고 청사기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1년 운영비로 29억을 책정했으나, 현재는 15∼17억 가량의 지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재정마련을 위해 학교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승가대 자체에서 수익 사업을 펴는 것이 어려운 만큼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각 교구본사를 방문해 학교 운영의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어내는 한편 ‘승가교육 살리기 운동’ 등 사업을 전개해 자체적인 기금마련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한 스님은 “종범 스님이 떠나는 것은 곧 우리 불교계의 승가교육이 와해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앙승가대가 참다운 승가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불자들이 나서야 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은 7월 12일 종범 스님의 사직서를 반려시키고 계속 총장직을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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