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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조정래의 ‘인도, 삶의 영원한 거울’③ - 1983년 ‘불교사상’

기자명 법보신문

인도에서 게으름은 최선의 생존법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하고, 죽은 자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며, 죽은 소의 악취도 더러워하지 않는 인도인의 모습 속에서 프랑스 여대생은 인생의 궁극을, 인간의 실체를,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도의 가난을, 힌두이즘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정치의 책임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또는 고질화되어있는 계급제도, 5%의 상류층을 위해 나머지 국민은 노예화를 면치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제도의 변혁이 없는 한 인도의 가난은 타게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비판이고 주장이다. 그러나 인도의 가난이라는 것이 어떤 개념으로부터 설정되는 것인지가 문제다. 그리고 인도인 자신들이 그 가난이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리라.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는
움직이는 자체가 곧 고통
사유·명상, 발전한 원인

정치인들이 힌두이즘을 교활하게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습적 계급제도가 사회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오늘은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그들의 체질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정치가 현대라는 시대처럼 조직화, 지능화되기 몇 천 년 전에 벌써 그 땅에서는 불교와 힌두교가 발상한 것이다. 이 두 종교는 기독교, 이슬람교와 더불어 세계를 지배하는 4대종교인 것을 환기해야 한다. 어찌하여 그 땅에서만 그런 체념적이고 사색적이며 허무적인 특질의 종교가 발상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숙제를 풀어내는 데서부터 인도의 진면목을 찾아내는 열쇠를 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은 섭씨 45도의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그리고 죽어간다. 심할 때는 50도가 넘기 예사고, 우리나라가 영하 10도가 되는 한 겨울에 그곳은 37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섭씨 50도가 넘는 햇볕 속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식물을 빼고는 동물은 그 어느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 폭염 속에서 사람도, 개도, 소도, 다람쥐도 모두 하루살이일 뿐인 것이다.

그때 그 생명 있는 것들은 본능적으로 햇볕을 피하는 그늘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늘에서도 땀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 무더위 속의 그늘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먼저 졸음이 올 것이다. 마음 놓고 졸고 그리고 깨어나고, 또 졸고 깨어나고를 되풀이 해도 뜨거운 햇볕은 줄기차게 쏟아지고 더 잠이 오지 않아 끝없이 쏟아지는 불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 소설가

 

저 절대한 위력의 햇볕과 자기의 존재와, 그 햇볕을 쏟아내는 태양과 생명 있는 것들과 그 태양을 품고 있는 하늘(우주)과 생명의 인식과…. 그런 생각의 되풀이는 깊은 사고(思考)로 이어지고, 깊은 사고는 투명한 명상을 낳고, 중첩된 투명한 명상은 사상을 잉태시키고 무게를 거듭한 사상은 마침내 종교를 탄생시키게 된 것은 아닐 것인가. 그들이 탄생시킨 두 종교가 거의 비슷하게 달관적이고 체념적이고 우주적이고 허무적인 것은 결코 우연한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게으름’은 게으름이 아니라 최선의 생존 방법인 것이다. 그것을 ‘게으름’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온대지방이나 한대지방 사람들의 관점에서 나온 지극히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비판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 하겠다.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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