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한 문화재전문위원 제언
불교 무형문화재 비중 3.6%
불교의례·절 풍속 소멸 위기
의례문 한글번역 노력 절실
의례 세분화 지정 추진 필요
문화재청 민속문화재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홍 연구원은 근래 유네스코 체제가 한국 무형문화재 제도에 영향을 주면서 아리랑(129호), 씨름(131호), 해녀(132호), 김치 담그기(133호)처럼 보유자나 보유단체가 없는 무형문화재 종목지정이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 종목의 특징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접해 본 것’이며, 이는 눈으로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각의 고유성과 문화적 의미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의례도 공동체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홍 연구원은 불교의례에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미 공동체성이 확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불교의례 의식문이 한자나 범어로 돼있어 의례현장에 참여한 불자나 일반인들은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할뿐더러 흐름조차 파악할 수 없다. 더욱이 의례집이 공개되지 않거나 간혹 공개되더라도 온통 한문이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사찰에서 해당 의례집을 공개하되 번역문까지 실어 배포한다면 의례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의례 현장에 참여했다고 (무형문화재 지정에 요구되는) 공동체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며 “의례의 세부 내용에 대한 이해까지 갖춰야 비로소 공동체 일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원은 불교의례를 구성하는 영역을 불교무용과 불교음악 등으로 분류해 독자적인 무형문화재로 지정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궁중의례인 종묘제례의 경우 의례는 국가무형문화재 56호로,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불교의례는 통합적으로 지정해 불교의례를 구성하고 있는 음악이나 무용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 범패와 작법이 특정 집단에 의해 지금까지 전승된 것을 고려하면 불교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례집단의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범패나 작법을 담당하는 어산 집단은 그 자체로서 무형문화재 지정 가치가 충분하며, 근래 삼화사수륙재에서 불거진 무형문화재 지정 종목의 주도집단과 연행집단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원은 불교의례 세분화의 필요성을 시도 무형문화재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에서 의례를 주도하는 집단에 주목해 어산을 종목 명칭으로 사용했고, 인천에서는 불교의례에서 추는 작법무를 독립해 바라춤과 나비춤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지정 사례들은 다른 시도에서도 불교음악, 불교무용을 독립해 지정할 길을 열어준 것이며, 불교예술을 맡고 있는 어산집단에 대한 지정까지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또 충북 구인사 삼회향놀이와 강원도 월정사 탑돌이는 사찰에서 행해지는 대동놀이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지정 가능함을 나타내는 사례로 꼽았다.
홍 연구원은 각 시도별로 불교의례를 지정할 때 지역문화라는 인식보다는 행정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농악이 전국적으로 30개 이상 지정됐듯 종목의 유사성이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가락과 짜임만 있으면 된다는 것. 따라서 수륙재, 다비의식, 이운의식 등 불교의례가 지정될 수 있으며, 사십구재도 상주권공재, 시왕각배재 등으로 세분화돼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 연구원은 “국립무형유산원이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되면서 무형유산 및 무형문화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러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이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고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종목도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교 무형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면서도 조계종 내에 실무적으로 준비할 조직이 부족한 것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아직 높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하고 “의례 현장을 찾는 불교 연구자가 없고 의례를 맡은 스님들을 가치 폄하하는 풍토”도 불교 무형문화재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34호 / 2018년 4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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