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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경제 ‘꽁꽁’얼었다

수행·포교 정책 차질…사찰 파산 우려도

사찰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수개월 동안 계속된 국가적인 경기 침체가 사찰경기에 급속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사찰도 ‘파산’을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지가 최근 도심 사찰과 선원, 여행사, 기획사 등을 조사한 결과 사찰에서는 불전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여행사는 팀을 꾸리지 못해 예약이 취소되는 등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 S사는 절이 생긴 이래 가장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년 4건씩 있던 재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평균 1건으로 줄었다. 이와 비례해 신도수도 크게 감소해 재정적인 압박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양주 보살 월급과 각종 공과금을 충당하기 위해 1800여 만원의 빚까지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산에 있는 도심포교당 J사도 경제난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모든 수입이 60%이상 감소했다”는 게 각광 주지 스님의 설명이다. 예년에 평균 150~200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던 법회가 최근엔 50~60명 선으로 줄어든 데 이어 재도 작년 같은 기간 월 3~4건에서 1건 이하로 감소했다. 그나마 경제가 어렵다보니 천도재나 사십구재 등을 모시러 온 신도들이 비용을 감액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성지순례로 예년 같으면 겨울 성수기를 누렸을 여행사들도 최근 최악의 어려움을 맞고 있다. 성지순례를 전문적으로 하는 감로여행사는 11월 이후 단 한 건의 예약도 없는 상태에서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반야여행사도 팀을 꾸리지 못하는 바람에 예약이 취소돼 11월 이후 한번도 성지순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감로여행사 김충환 부장은 “성지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처럼 준 것은 사찰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맞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찰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97년 IMF때보다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찰 경제의 악화는 달력 제작 수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사찰의 새해 달력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교계 기획사들도‘잔인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매년 50만 부의 사찰 달력을 수주했던 연지기획은 올해 예년에 비해 20% 줄어든 40만 부의 달력을 수주하는데 그쳐 울상을 짓고 있다. 불광기획사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0만 부를 수주했으나 올해는 30%가 줄어든 7만 부만을 수주한 것. 재료값은 늘어난데다 경쟁을 위해 가격마저 내리다 보니 어느 때보다 손해가 심하다는 것이 황정기 영업부장의 이야기다.

이런 사찰의 경제난은 승복집과 전국 선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조계사 앞 제일 승복집은 최근 떨어진 승복을 수선해 달라는 스님들로 인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예년 같으면 겨울철 누비옷 제작 의뢰가 불티나게 들어올 시즌이지만 지금은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선원도 예외가 아니다. 예년 같으면 선원 수좌 스님들에게 대중공양을 올리겠다는 불자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을 때이지만 올해 범어사 선원은 동안거에 들어간 이후 단 한 건의 대중공양이 없었다. 대흥사와 화엄사, 백양사, 송광사 등도 발길이 끊긴지 오래이다. 해인사에는 여전히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작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 한 행자의 설명이다.


김형규·남배현 기자
kimh@beopbo.com/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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