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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 불교학자-불교미술 ⑤

기자명 이재형
범종(梵鍾)㉻

범종의 기원은 그리 명확하지 않다. 중국 은대 이후의 고동기(古銅器) 중 악기 모양을 본 딴 데서 비롯됐다거나 혹은 불교와 더불어 인도에서 ‘건추(健椎, Ghanta)’라는 악기가 들어와 이것에서 비롯됐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한국의 범종은 상원사 범종(725)이나 성덕대왕신종(771) 등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일본 등과는 달리 ‘한국종’이라는 학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탁월한 범종문화를 꽃피웠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범종의 신비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홍사준, 황수영, 조규동, 염영하, 이영배 선생 등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전 국립중앙박물관 이호관 미술부장, 숭실대 배명진 교수, 국립중앙박물관 최응천 학예연구관, 동국대 강사 곽동해 박사 등이다. 이중 이호관 미술부장은 범종을 비롯해 금속공예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그는 ‘수원 팔달문루상의 동종’(1963), ‘고려 청동범종과 기유명 청동반자’(1967) 등 60년대 초부터 범종과 관련된 논문들을 《고고미술》이나 《문화재》 등 학술지에 게재하며 범종 연구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특히 그의 뒤늦은 학위논문인 〈고려시대 범종양식의
연구〉(단국대, 석사, 1976)에서는 73구의 고려범종을 전기와 후기로 구분해 각각의 양식과 형태, 그리고 시대적인 차이에서 오는 차이점을 신라범종과 비교해 고찰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수많은 연구 논문을 발표했고 특히 그의 범종 연구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의 범종》(1997)에서는 신라 범종 11구, 고려 범종 73구, 조선 범종 94구 등 모두 178구의 범종을 조사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 범종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숭실대 정보통신학부 배명진 교수는 에밀레종으로 더 알져진 성덕대왕신종의 신비한 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재현해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학자다. 그는 지난해 7월 에밀레종의 소리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후 신라인들은 진자의 등시성 현상과 도플러효과를 알고 있었음을 증명했고, 지난 6월에는 에밀레종 소리의 바탕을 이루는 진동 주파수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 진동주파수와 거의 일치함을 주장했다. 또 지난달 음향학회세미나에서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에밀레종 소리의 비밀은 하대가 오목하기 때문에 생기는 맥놀이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종 하부를 둘러싼 넓은 두께의 둥근 링 때문이라는 주장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크게 관심을 모은 것은 에밀레종 소리를 어디서든 들을
수 있도록 대중화한 것이다. 그는 ‘전자사운드 칩’을 이용해 에밀레종의 원음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초미니 에밀레 전자종(높이 40cm, 지금 28cm)에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동국대 강사 곽동해 박사는 홍사준, 황수영, 염영하 교수 등의 범종 연구의 계보를 잇는 젊은 학자다. 80년대 중반부터 염영하 교수와 함께 범종 실측조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200여 구의 종을 직접 실측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인 〈한·중·일 종의 조형양식 연구〉(동국대, 1999)에서는 동북아 삼국종의 독특한 비교연구를 통해 각국 종의 조형성과 사상적인 배경까지 파악해 관심을 모았다. 또 지난 6월에는‘한국종의 위대한 탄생’(〈가나아트〉 6월호)를 통해 한국 범종의 음관 원류가 만파식적에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곽 박사는 “한국종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비교적 많이 이루어진 편이지만 소리의 재현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라며 “소리의 복원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조형성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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