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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불교교리-정정진

기자명 이병욱

옳다면 소처럼 묵묵히 가라

정정진(正精進): 바른 노력

요즘 날씨는 겨울인데도 영 매가리가 없습니다. 추위다운 추위가 몸만 잠시 풀고 있지, 그라운드에서 본격적으로는 뛰고 있지 않은 인상입니다. 요즘 프로 농구의 스타플레이어와 같이,‘추위’선수도 부상을 입은 모양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한 번 추웠을 때가 있었는데, 그 추운 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문뜩 호떡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포장마차에서 아주머니가 호떡을 빚고 있었는데, 포장마차 주위에 여름의 소나기 마냥 주르르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김’이 생기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물로 엉기기 때문입니다. 날씨는 춥고, 게다가 주위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어서, 호떡에 대한 모든 기대를 포기하고, 이미 만들어 진 것 중에서 아무거나 달라는 저에서, 그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이미 만든 것은 못쓰는 것이라면서 새 것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 포장마차의 ‘산업일꾼’을 목격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무엇이 저 ‘여전사’를 저렇게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무튼, 열심히 일하는 속에서 사람은 희망을 찾고, 그 속에서 사람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불교의 팔정도에 ‘바른 노력’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는 올바른 가치관이 섰으면, 그것에 근거해서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입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지도교수님의 학부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불교는 ‘정진주의’라고 한 말은 아직도 내 가슴에 파고드는 이야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불교하면 세간을 떠난다, 은둔한다 등의 소극적인 이미지가 강한 저에게 불교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서 한 눈 팔지 않고, 소와 같이 묵묵히 걸어가는 가르침이라는 말은 많은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눈으로 이 세상사람을 바라보니까 그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없더군요. 노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돈 따먹기 위해, 아니면 그 동안 잃은 돈을 보상받기 위해 밤새워서 철야정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고, 주색잡기에 골몰하고 있는 사람은 술로 여흥으로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역시 시간과 돈과 건강을 내던진 채, 또 다른 의미의 철야농성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노력이고, 더더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일을 좋게 보는 사람은 그 업소에서 돈 버는 사람말고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일에는 개가 소 보듯이 애를 쓰지 않고, 별로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닌 경우에는 기를 쓰고 덤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노력에는 올바른 가치관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노력할 것을 강조하고 거기서 끝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무식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소질도 없는데 다른 사람이 성공했다고 자신도 하면 된다고 흉내내는 일이 우리사회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입니다. 그래서 노력에다가 올바른 수단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결국, 올바른 노력이란 무작정 질주하고픈 인간의 맹목적인 충동에다 올바른 가치관과 수단이라고 하는 ‘제어장치’와 ‘안전장치’를 설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병욱 /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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