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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뱀과 불교

기자명 한신애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악업이 깊은 동물…유혹·죽음 상징

《법화경》에 나오는 뱀은 유혹과 애욕을 의미한다. 뱀의 길다란 형태와 삼각형 머리를 남근의 형태나 성적 기교로 해석해서 애욕의 뿌리로 보았다. 또 ‘뱀은 악업이 깊은 동물이라, 그의 일생이 대단히 괴롭다’고 했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번뇌와 유혹을 벗어 던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 《숫타니파타》에서의 뱀의 의미는 《법화경》과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불설비유경》에서 뱀은 죽음을 상징한다. 코끼리에 쫓기던 어떤 사람이 바닥에 독사가 우글거리는 우물 속으로 피신했다가 나오지도 못하고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서도 머리 위 벌집에서 떨어지는 꿀의 달콤한 맛에 도취됐다. 이것은 허망하고 짧은 생을 사는 인간이 오욕에 취해 무명속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백유경》에서 뱀은 교만함을 상징한다. 뱀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서겠다고 다투며 교만을 부리다 결국은 불구덩이로 떨어져 죽는 것에 빗대어 뱀의 교만함을 말한다.

《용재총화》에는 한 승려가 죽어 뱀이 된 설화가 있다. 진광사의 승려가 시골 여인을 아내로 삼고 몰래 밤마다 출입하다가 죽었다. 죽은 중은 아내를 못잊어 뱀으로 환생하여 낮에는 독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아내와 동침하였다. 이 사실을 안 마을의 사또가 뱀을 궤짝에 넣어 물에 띄워버렸다는 내용이다.


“스스로 광명 터득하는 관자재보살의 화신”“스스로 광명 터득하는 관자재보살의 화신”간교한 지혜·애욕부터풍요·다산까지 다양한 의미 지녀

뱀이 갖는 의미

뱀은 십이지 동물 중 상상의 동물인 용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털과 발이 없는 동물이다.

예로부터 뱀은 아주 깨끗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지혜로운 동물이기도 한 반면에 징그럽고 사악한 동물로 가능한 한 멀리하고 꺼리는 존재로 여겨왔다. 이러한 뱀을 우리 민속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 불사, 재생, 영생, 간교한 지혜와 애욕,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이야기했다.뱀이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는 사실이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라는 인식을 낳게 했다.

이러한 뱀의 끈질긴 생명력과 재생의 힘 때문에 뱀을 무덤 벽화나 토우로 만들어 지신이나 죽은 이의 영혼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게 하기도 했다. 뱀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해 재물을 늘려주고 지켜주는 업신의 의미도 갖는다.

불교에서 뱀은 관자재보살로서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워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고 가르쳐서 올바로 살게 하도록 교육하는 보살을 의미한다. 중생을 가르치다가 희귀한 중생을 만나 스스로 막히게 되자 복잡하고 오묘한 중생계에 내려와 모든 중생의 근기를 실제로 체험하고자 관자재보살은 뱀신이 되어 스스로 광명을 터득하고 학문을 넓히는 성품을 지닌다.



사찰에 얽힌 뱀이야기

어느 나무꾼이 뱀에게 잡혀 먹히려는 두 마리의 꿩을 살려줬다. 그날 밤 큰 뱀이 나타나 몸을 칭칭 감고 잡아먹으려 하자 어디선지 종소리가 울려왔고 뱀은 도망을 가버렸다. 이튿날 종소리가 난 곳을 찾아가 보니 퇴락한 종루에 꿩 두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었다. 이 자리에 절을 세우니 그것이 오늘날의 상원사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공주를 잊지 못한 청년이 상사뱀이 되어 공주의 몸에 달라붙었다. 뱀을 떼내기 위해 여러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던 공주는 청평사에 이르렀다. 공주가 청평사 가사불사법회에 참석하는 동안 공주의 몸에서 떨어져 공주를 기다리던 상사뱀은 갑작스런 폭우에 죽고 만다. 공주가 뱀의 시신을 거두어 정성껏 묻어주고 세운 구성폭포 위의 삼층석탑이 오늘날의 공주탑이다.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에 위치한 용담사는 백제 26대 성왕때 지어진 사찰로 절이 세워지기 전 부근의 깊은 물속에 못된 이무기의 갖은 행패가 심했으나 도선국사가 이곳에 절을 지어 용담사라 한 후 이무기가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혁거세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62년만에 하늘로 올라가더니, 그 후 7일만에 유체가 흩어져 땅에 떨어지며 왕후도 따라 세상을 떠났다. 나라 사람들이 합장하고자 하니, 큰 뱀이 쫓아와 방해하므로 오체를 각각 장사지냈다. 그래서 오릉 또는 사릉이라 하는데 담엄사 북릉이 바로 이 능이다.

경주 지역에 사는 과부에게서 아버지 없이 태어난 뱀복이 과부가 죽자 고선사에 있는 원효를 찾아가 전생에 함께 경을 싣고 다니던 암소가 죽었으니 같이 장사지내기를 청했다. 원효와 함께 장례를 마친 뱀복은 게송을 짓고 띠풀을 뽑으며 풀뿌리 아래 열린 세계로 시체를 메고 들어갔다.

수도승의 도장으로 유명했던 소밀사는 승려가 칠석날 정성껏 불공을 드리면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승병대장으로 유명한 서산대사가 이곳을 찾아 승천한다는 승려에게 의심을 갖고 칠석암을 지켜본 결과 이무기가 승려를 희생시키는 광경을 함께 보았다. 이를 미리 알고 승려의 승복에 독을 발랐기에 뱀이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후 이런 폐단이 없어지고 뱀의 뱀사골이 되었다.

구미 금오산 마애보살입상 옆 절벽 밑에 있는 옹달샘은 천년동안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무기가 마침내 하늘로 올라 용이 되려던 순간 산나물을 캐던 아낙에게 들켜 용이 못되고 낭떠러지 암벽으로 떨어졌다. 이 때 떨어질 때 흔적으로 홈이 패이고 절벽 밑에 생긴 옹달샘을 용샘이라 부른다.

이밖에도 절에서는 탐욕하거나 게으른 중이 뱀으로 환생하여 절 근처에 살면서 다른 중의 본보기가 된다는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한신애 기자


뱀띠 해 불교 小史

645년 선덕여왕 황룡사 9층탑 창건
1941년 조계종 제1회 중앙종회 1989년 복지재단 연꽃마을 설립허가△597년 신라 진평왕 19년 삼랑사 창건 △645년 신라 선덕여왕 14년 자장의 건의로 황룡사 9층탑 창건 △705년 신라 성덕왕 4년 9월 나라 안에서 살생금지 △921년 고려 태조 대흥사를 오관산에 창건 △981년 고려 성종 팔관회의 잡기를 폐지, 왕이 법왕사에 거동하여 행향 △1017년 고려 현종 사람이 집을 버려 절로 만드는 것과 부녀가 니승이 되는 것을 금지 △1377년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판명 △1461년 조선 세조 7년 간경도감 설치, 불전 국역 △1881년 조선 고종 18년 5월 이동인 서울에서 피살 △1893년 조선 고종 30년 4월 8일 왕실, 연등회 거행 △1929년 1월 경성방송에서 불교 방송, △1917년 8월 31일부터 9월 23일까지 본산 주지들 일본 시찰, 불교잡지 《조선불교총보》 창간 △1929년 9월 2일 일본불교 대곡파 본원사 법주 오타니 부부 조선방문, 1월 4일 조선불교선교양종 승려대회, △1941년 6월 5일 조계종 제1회 중앙종회 개최, 종정에 방한암 선출, 6월 6일 종무 개시 △1953년 2월 6일 동국대학 동국대학교로 승격 인가. 불교 대학 등 4개 단과대학 및 대학원 설치. △1965년 6월 30일, 이운허 《열반경》간행, 동국역경원 한글대장경 제 1책 《장아함경》간행, 11월 25일 한국불교 태고종 월간 《한국불교》창간. △1977년 3월 26일 국제불교도협의회 창립, 4월 28일 한·일 불교교류협의회 창립, △1989년 3월 2일 문화공보부 (재)불교방송 설립 허가 및 무선국 허가 추천서 발급, 5월 7일 부처님 오신날 봉축 제등행렬, 무장경찰에 의해 유린, 불교계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성명서 발표, 규탄 법회 개최, 정부의 공식사과 요구, 8월 19일 (복)연꽃마을 설립 허가, 11월 3일 한국불교기자협회 창립, 12월 27일 인도학·인도철학회 《인도학·인도철학》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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