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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와 지리산 댐

기자명 원철 스님
‘윗집의 소가 배탈이 났는데 아랫집 돼지 넙적다리에 뜸을 놓는다’는 말이 선가(禪家)에 전해져 온다. 모든 것이 관계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랫집 돼지의 넙적다리에 뜸을 놓으면 당연히 윗집 소의 배탈이 낫게 된다. 나스닥 주식가격과 코스닥 주식가격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계 모든 것이 중중무진의 연기세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요즈음 지리산 댐 문제로 온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얼마 전에 화엄사에서 ‘지리산 연대’를 발족시켰다. 날로 황폐화되어가는 지리산을 지키자는 기존 지리산 관련 환경단체의 연합모임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지리산에 만들어진다는 두 개의 댐 때문이다. 요즈음 ‘○○연대’라고 대외적으로 이름 붙이면 사단급보다도 더 많은 병력을 갖춘 집단으로 보아주기 때문에 공권력을 떨게 하는데 좀더 효과적인 시위가 된다.

환경운동하는 지역 인사는 이 댐을 만드는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면서 열변을 토하였다.

“대구에 위천공단이 생기면 부산사람들이 식수오염으로 야단이고, 대구에 공단을 세우지 못하게 하면 대구사람들이 지역경제가 침체된다고 야단입니다.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로 지리산 댐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즉 이 두 댐을 식수전용댐으로 만들어 부산으로 돌린다면 대구민심도 부산민심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리산 주변이라고 해봐야 인구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선거 때 표를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덤으로 수자원공사는 건설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또 댐 완성 후에는 두고두고 물장사를 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입니다. 그나마 낙동강에 취수장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이라도 맑은 물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제까지 애를 써 왔습니다. 지리산 댐은 함양·산청이라는 두 골짜기의 물막이가 아니라 낙동강권역 전체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중대사안인 것입니다.”

이번 총선을 치루면서 가장 볼만한 게 있었다면 ‘총선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단체의 활약이었을 것이다. 아니 시민단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눈 밝고 귀열린 대중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시민운동은 선거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동강은 흘러야 한다.’고 외쳐 그동안 댐 쌓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필요악’으로 인정해오던 관행에도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지리산은 전체가 문수도량이다. 댐은 생태계와 수행환경을 철저히 파괴시킨다. 지리산의 두 개의 댐은 실상사·백장암 선원·벽송사 선원 그리고 정각사 선원·대원사 선원이라는 많은 대중처소가 직접 피해지역이 된다. 수행환경은 그냥 지켜지는게 아니다. 고인들의 피땀어린 정성의 결과로 오늘 우리가 그 복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길래 잘 보존하여 후학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지리산 댐의 직접적인 피해는 벽송사·대원사를 포함하는 해인사 교구가 가장 많이 넓게 입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과 참여가 없는 형편이다. 인근 교회는 물론 금산사 교구인 실상사의 적극적 활동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가야산 골프장을 백지화시킨 저력과 노하우를 지리산 댐에도 보여준다면 주변의 환경지킴이들에게도 큰 힘이 될 터이다.

지리산 대중이 무사하지 못한데 가야산 대중인들 편안하겠는가. 이에 허준선사께서 법좌에 올라 말씀하셨다.
“지리산에 배탈이 났으니 가야산에 침을 놓겠다.”


원철 스님, 화엄학림 강사,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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