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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휴가문화, 이대로는 안된다

기자명 연기영

“작은 물고기도 소중…자비 베풀어야”

금년에도 예년처럼 불볕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피서를 위해 산이나 강, 바다를 찾는 것은 결국 건강하게 좀 더 오래 살려는 인간적인 욕구의 발로이며, 또한 이것 역시 하나의 자연적인 현상이다. 소우주(小宇宙)에 비유되는 오장육부를 몸 속에 지니고 있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이 황폐화되면 인간의 삶도 건강해 질 수 없다.

바로 여기에 자연환경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할 수 있다.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한 인간은 결코 자연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과 산업사회는 건강했던 지구촌을 멍들게 한지 오래다.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누구나 자연과 함께 공생공존할 줄 아는 가치관 확립이 절실한 때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특히 휴가철이 전국적인 자연 파괴운동으로 되고 있다. 휴가철의 환경오염은 참으로 심각할 정도가 되었다. 얼마 전 친구가 직첩 체험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웠다. 우이동 계곡을 따라 대동문 쪽으로 산행을 갔던 친구는 본의 아닌 시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창 가문 날씨에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울에서, 작은 웅덩이 속의 제한된 물에 겨우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새끼 피라미들을 잡아내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자기 자식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피라미들을 잡고 있었다.

그 친구가 “여기는 국립공원인데 그런 귀중한 물고기 새끼를 잡아내면 어떻게 되느냐?”고 타이르자 오히려 “당신이 뭔데 그래?”하면서 화를 내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이 한참 말씨름을 하고 있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지나가다가 친구 편을 들어줌으로써 그 피라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역시 같은 북한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어떤 50대 어른이 야생 뽕나무에 달려들어 통째로 뽕잎을 훑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아마도 약용으로 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뭇잎을 모조리 따내도 되느냐고 했더니 “뽕나무는 잎을 다 따주어야 잘 큰다”는 이상한 대답으로 대꾸했다고 한다. 상식 밖의 변명이었다.

그리고 강가에서는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흔하다. 휴가철만 되면 피서지마다 멋대로 버려지는 음식물 찌꺼기, 비닐 봉투, 일회용 용기, 빈 병, 빈깡통들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이 한여름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장 쉬운 법부터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 보호법과 강범죄 법을 법이라기보다는 도덕규범으로 되어있다.

한국인들의 자연보호 의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한국 사람들의 휴가문화는 가히 야만적이다. 자신과 자기 가족들만 하루 편하게 놀다가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푸는 것이 뭐 나쁘냐는 식이다.

선진국에서는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지역에서 풀 한 포기, 나뭇가지 하나도 멋대로 손댔다가는 큰 벌을 받는다. 바닷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낚시로 잡아갈 수 있는 물고기의 숫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게는 1인당 12마리까지만 잡아 갈 수 있다. 그것도 수놈만 갖고 갈 수 있고 암놈은 한 마리도 갖고 갈 수 없다. 해변에 즐비한 굴(Oyster)도 1인당 25마리 만 잡아갈 수 있다. 현장에서 굴을 까먹고 가는 것은 제한이 없지만 집으로 갖고 갈 때는 굴 껍질을 까서 껍질은 바닷가에 버리고 알만 가져가야 한다. 껍질에 붙어 있는 굴 씨앗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자연보호 법규이다.
이러한 법도 모르고 미국에 갔다가 한국에서와 같은 휴가를 즐겼다가 망신당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 뿐 아니다. 서독으로 여행을 갔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한 사건도 있었다. 독일에서는 봄철이 되면 고사리가 숲을 이룬다. 낫으로 베면 하루에 몇 가마니도 딸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사실을 알고 돈 많은 부인들이 계모임을 하여 서독에 ‘고사리 여행’을 나갔던 것이다. 한 참 신나게 고사리를 꺾고 있었는데 경찰이 나타나 모두 체포했다. 결국 고사리 포기 수에 맞추어 수천 마르크씩의 벌금을 내게 되었다는 사실은 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국 동포들 사회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앞에서 말한 친구의 태도는 민주적인 시민의식과 정의감이 남달랐기 때문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정의롭지 못한 사건 현장을 보고도 방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전한 신고정신과 고발은 선진국 국민들의 공통된 모습이며, 한국 사회처럼 ‘까다로운 인간’으로 매도당하지는 않는다.

자연을 건강하게 지키려는 노력은 결국 인간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다. 나무 한 그루, 물 한 포기, 작은 물고기 한 마리에도 고귀한 생명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생명만이 고귀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생명이 귀할수록 자연환경을 잘 보호해야 한다. 피서지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오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곧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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