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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인들의 ‘작은 깨달음’세계

기자명 채한기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해인사를 거닐다/이윤기 외 지음


<해인사를 거닐다>는 해인사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 해인>칼럼 ‘유마의 방’에 실렸던 글을 선별해 묶은 산문집이다. 리영희, 이문옥, 윤구병, 노무현 등 시대의 양심으로 불리며 386세대들에게 친밀한 이들에서부터 이윤기, 유홍준, 이현주, 이철수 등 18명의 지성인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저자들 직업은 참으로 다양하다. 화가, 목사, 철학자, 번역가, 시인, 농부, 교수, 판화가 등 정치, 문학, 미술,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이른다.



유려한 문장 돋보여

스물네 편의 산문들은 저자들 자신의 소박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얻었던 작은 깨달음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중해 여행 중에서, 때로는 동해안 한 모퉁이에서, 편지글 한토막에서, 미술관과 기차역에서 문뜩문뜩 떠오른 단상을 통해 작음 깨달음을 일궈내는 그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대의 최고 지성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지극히 작은 깨달음’은 극한 상황도 마음한번 가다듬으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감옥 독방에서 그가 ‘작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불교 서적을 통해 읽은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17살의 한 소년이 부처님 설법을 듣기를 청하자 제자들이 ‘무식하다’며 돌려 보내려고 할 때 부처님은 ‘그토록 원한다면 토방에 버려진 신발을 닦아라’고 하자 소년은 300켤레의 신발을 티끌하나 없이 닦았다. 부처님은 “티끌 하나 없이 신발을 닦았던 것은 그의 마음의 거울에 티끌이 한 점도 없기 때문”이라며 소년을 제자들과 함께 자리하도록 했다. “나는 그날부터 하루에도 몇 번, 부처님과 글 모르는 소년의 가르침의 정신을 생각하며 변소를 닦았다. 그 공간과 표면 어느 점에 남은 때나 티끌은 바로 나의 마음의 때로 인해서 보이지 않았다는 진리를 조금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인사 경내 산책하는 느낌

이 책은 24명의 저명인사를 한번에 만날 수 있다는 매력 외에도 유려한 문장을 접할 수 있어 가치를 더한다. 빼어난 문장이 돋보여 문학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에서부터 투박하기 그지없는 진솔한 글에 이르기 까지 개성 넘치는 ‘글맛’을 한껏 맛볼 수 있다. 또한 지금과는 다른 저자들의 과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사진작가 백종하씨의 사진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정말 가야산 자락에 자리잡은 해인사 경내를 산책하는 느낌이다. 9,000원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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