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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세무조사와 신뢰 회복

기자명 윤원철
요즘 우리 사회는 이른바 언론개혁이라는 것 때문에 한창 떠들썩하다. 개혁이냐 아니면 탄압이냐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정부와 해당 언론사 사이뿐만 아니라 정당과 정당, 신문과 방송, 신문과 신문 사이에, 나아가 사회 문제에 첨예한 관심을 기울이는 지성인들과, 더 나아가 많은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팽팽한 대립과 격렬한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그 사태와 관련해서 얼마전에 어느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조사에 응한 적이 있다. 주요 언론사에 대해 세무 조사를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느냐 어떠냐 하는 물음에 대해 잘 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바로 그 다음 질문은 그 세무 조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생각하느냐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나와 같은 식으로 답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계 득실 따지다 분열만 초래

물론 속 사정이 그렇게 단순한 질문과 응답에 다 담길 수는 없을 만큼 매우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위의 간단한 두 설문과 답변에서도 그런 복잡한 사정에 대한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언론사라고 해서 세무 조사를 면할 수는 없다. 제대로 세금을 내어야 하며 불법을 저지른 것이 있으면 처벌 받아야 한다. 임금이나 특정 계층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며 국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현대 민주 시민사회에서는 그 사회의 시민으로서 발 붙이고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바로 납세이다. 그러니 언론사에 대한 세무 조사를 두고 잘 하는 일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그러나 또한 거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도 도저히 불식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의도가 없었더라도 적어도 그 정치적 파장은 분명히 엄청난 것이다. 여론의 추이가 어느 한쪽으로 쉽게 흘러가주지를 않고 팽팽한 대립이 지속되자 정치인들이 조바심을 치며 도저히 보아줄 수 없고 들어줄 수 없는 행태와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파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위에 말한 설문조사의 세번째 질문, 즉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답변할 수가 없었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나 거두어들일 수가 없는 일이고, 결국 정작 가장 심각하게 다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버팀대, 즉 신뢰인 것이다. 그저 어떻게든 상처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빨리 치유되기를 바랄 뿐이다.

언론이 되었건 정권이 되었건 간에, 공기(公器)가 자기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이해 득실의 타산 때문에 정도(正道)를 취하지 못할 때 사회 전체에 재앙이 미친다. 사회를 이끄는 최고의 책임을 담당하는 권력들이 벌여놓은 이런 사태는 어느 다른 제3자가 나서서 추스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여론이 극심하게 분열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결국에는 사태의 주체들이 이 국가사회의 운명을 끌어가는 자신들의 공적 책임을 다시 통감하여 스스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사회 이익 위해 정도 취할 때

이 사태를 통해서 불교계의 언론기관들도 교훈을 받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만하다. 자기 밥그릇을 위해서보다는, 교단의 권력을 위해서나 또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보다는, 항상 무엇보다도 언론의 정도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불교계 언론이라고 해서 불교라는 종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활동하기보다는, 보편의 궁극적인 이치와 진리, 즉 불교 용어를 쓰자면 정법을 위해서 일한다는 보다 넓은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윤원철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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