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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옹호하는 日 언론들

기자명 손석춘
“일본은 없다.”

한 때 ‘낙양의 지가’를 높인 책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떤 만족감을 느꼈을 법하다. 지구상에서 일본을 우습게 아는 유일한 나라는 한국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진심이든 아니든 일본과 일본인을 쉽게 경멸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은 있다. 그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요미우리」「산케이」 대표적 극우신문



보라. 일본 정부는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작성한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정 요구를 한칼에 거부했다. 일본 정부가 1982년의 교과서 파동과 달리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일본의 언론이 자리잡고 있다. 1982년 당시 교과서 왜곡에 비판적이던 일본 신문들이 20년이 지난 오늘에는 보도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기실 일본 여론의 우경화 현상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되는 1990년대의 경제침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의 대중매체가 ‘우향우’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벌인 토론회에서 일본의 언론인들도 솔직히 이 점을 시인했다. 한국의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는 내정간섭이라는 의견이 일본인 가운데 과반수를 넘어선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언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교과서 수정 요구 극렬 비난



실제로 일본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요미우리」는 극우신문인 「산케이」와 더불어 한국의 수정 요구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요미우리」는 “오히려 수정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공장 등의 근로행위를 위해 동원됐던 ‘여자 정신대’를 종군위안부로 오기(誤記)한 한국 교과서”라고 반격하고 나섰다.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침략전쟁을 미화한 역사교과서에 대해 애오라지 「아사히」만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신문마저 시간이 흐르면서 누그러지고 보도량도 적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신문노동조합연맹의 분석이다. 「요미우리」나 「산케이」 보도가 우경화 한 것은 사주(社主)에 의해 신문지면이 통제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아사히」는 주식이 분산되어 있어 특정인이 편집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결국 일본의 우경화는 사주가 전권을 지닌 신문사들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사주들은 일본의 정치·경제 엘리트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있다.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 참배 움직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일본의 정계는 확실한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 행위에 일본 기업의 중역들이 후원자로서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점도 예의 주시할 대목이다.

한일관계에서 당면한 문제를 넘어 근본적인 대응책을 고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두 나라의 민중에 있다.



日 국민 우경화에 부채질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국가적 갈등이 심화될 때 그 피해자는 궁극적으로 두 나라 민중일 수밖에 없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침략전쟁으로 일본 민중 또한 원폭이 상징하듯 대재앙을 당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우경화를 부채질하는 지배엘리트들의 논리를 벗어나 민중이 깨어나야 할 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과 일본의 비판적 역사학자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변호사들이 역사교과서 왜곡에 공동대응을 다짐한 것이다. 종교인들 또한 능동적으로 나설 때다. 일본인들에게 불교의 영향력은 한국 못지 않게 크다. 무릇 불교인이라면 누구나 진실의 세계를 추구할 터이다. 한국불교계가 일본의 불교인들에게 자국의 중생들을 결국 위기로 내몰 ‘침략전쟁 미화’에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것도 고려해 볼 때가 아닐까.



손석춘(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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