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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복권은 불교의 몫

기자명 법타 스님
산하대지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해 6·15 남북정상선언이후 고와만 가는 줄 기대했던 민족의 가을빛은 8·15 평양민족대축전 이후 일부 부패언론과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말장난으로 사색(死色)이 되어버렸다. 테러전쟁까지 벌어진 가을을 맞아 더욱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윤이상 선생’일 것이다.



아직도 ‘반국가단체 괴수’로 낙인



평생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 번영을 음악으로, 행동으로 옮기다 군사 독재 아래서 무기수라는 희생양이 되었던 사실은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그리던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반국가단체의 괴수’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이역만리 독일 땅에서 승천(昇天)하지 못한 상처받은 용(龍)이 된 민족의 지도자가 바로 윤이상 선생이다.

금년 ‘20차 윤이상 음악회와 토론회’는 지난 9월 26일부터 3일간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북한의 강릉수 문화상과 미망인 이수자 여사와 윤 선생의 딸, 해외동포와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남한 불교계의 통일 기구인 평불협 역시 이번 행사를 위해 교계 최초로 공연용 마이크시스템과 각종 악기의 부속품을 평양에 있는 윤이상음악연구소에 지원하였다. 북한에서는 ‘윤이상 음악의 주제는 조국통일이며 그는 조국통일과 민족의 단합을 위한 애국애족의 창작 활동을 한 인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남한 불교계는 그 동안 독실한 불자인 윤이상 선생과 그의 미망인을 위한 지원 활동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몇몇 뜻 있는 스님과 불교 지도자들이 주축이 된 ‘고 윤이상 선생 명예회복추진위원회’의 활동은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음악은 역사적으로는 나의 조국(민족)의 모든 예술적, 철학적, 미학적 전통에서 생겼고 사회적으로는 나의 조국의 불행한 운명과 민족 인권질서의 파괴, 국가권력의 횡포에 자극을 받아 음악이 가져야 할 격조(格調)와 순도(純度)의 한계 안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표현적 언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족문화의 뿌리인 조국불교와 범종소리가 바탕에 있다좦며 바라, 나비 같은 불교음악도 남겼다.” [내 남편 윤이상] 이수자 지음에서 인용

윤이상 선생은 지난 1917년 9월 17일 경남 산청군 덕산면에서 태어나 3년 후 통영으로 이사하여 40 여 년 간을 살면서 음악교사와 작곡가로 활동하였다. 1956년 40세에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유학하였고 1995년 11월 5일 78세로 사망할 때까지 주로 베를린에서 창작활동을 하였다.

선생은 특히 한국의 우수한 전통 음율을 서방세계에 소개하고 150여 작품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한국의 격동기였던 6∼70년대 조국의 정치상황과 항상 대치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던 선생은 1980년 광주민주항쟁의 충격 속에서 ‘광주여 영원하라’는 대작을 작곡하였다. 선생에게는 군사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조작한 ‘동베를린 간첩단’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인 상처였다. 민족통일을 발원한 그의 사상과 음악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명예회복운동 불교위상 높이는 일



그의 음악은 지금은 한국에서 자유로이 연주됨으로써 이미 복권이 되었으나 인간 윤이상은

법적으로는 아직도 이적단체의 괴수이다.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작곡 활동으로 주목받은 윤이상 선생의 복권은 어찌보면 남한 불교계의 몫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 방법이야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더 좋겠지만 윤이상 선생을 위한 활동에 불교계가 나서는 것은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윤이상 선생과 같이 또 다시 이 땅에서 분단의 희생양이 속출하고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시기에 즈음해 민족이 낳은 ‘영웅’이 정치적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햇볕 속에서 영원히 사라질 날은 언제인가?



법타 스님(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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