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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제일 덕목은 ‘수행’

기자명 신규탁
최근 교계의 신문 보도를 보면 불교와 기독교를 관련지어 다룬 내용이 적잖이 눈에 뜨인다. 불교를 믿다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이라던가, 혹은 부모는 불교를 믿는데 자녀는 다른 종교를 믿는다던가, 나아가서는 사회나 공공단체에서 생기는 불교와 타 종교와의 갈등 등을 다루는 경우가 있다.



가을은 수행하기에 좋은 시기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좋은 일이다. 세상은 혼자서 사는 게 아니므로, 주변과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자신의 고유한 장점이나 역사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수행 멀리하는 풍토가 문제



불교는 뭐니뭐니 해도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서 저마다의 인생을 가꾸어 가는 것이 특징이다. 고대인도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종교인 브라만교를 거부하고 출가 수행의 집단을 만든 석가모니의 핵심 사상도 거기에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이 점은 불교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것은 불교가 인류역사에 남겨 준 위대한 공헌이다.

개인의 삶이나 역사는 절대자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기론적인 관계 속에서 인간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인생관이나 역사관은 비록 그것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의 수가 적더라도 그 가치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온 세계 사람들이 다른 종교를 믿고, 단 한 사람만이 불교를 믿더라도 이들 종교의 가치는 동등하다.

더운 여름이 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다. 놀기에도 좋고 잠자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만약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불교가 강조하는 수행을 통한 자기 개발에 뜻한 바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가을에 발심을 하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전라도 순천에 가면 선암사라는 태고종의 오래된 절이 있다. 거기에는 태고종의 승려가 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수행 정진하고 있다. 이른바 행자 교육 중이다. 한 달 가량의 기간에 걸쳐 핵심적인 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행자님들의 얼굴은 해맑기 그지없다. 태고종의 비상대책회의에서 주관하고 진행하는 이번 행자 교육은 참으로 거룩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거룩한 수행에 비하면 총무원 청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불교의 본질은 자기 수행이다. 불교를 신앙하는 이가 줄고 타 종교인이 늘어나는 게 문제라기 보다는 여법하게 수행하는 진정한 수도인이 줄어드는 게 문제이다.

천태소지관이라는 책에 보면 수도를 위해 갖추어야 할 제반 여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째는 계율을 깨끗하게 지켜야 하고, 둘째는 법도에 알맞은 복장과 식사를 해야 하고, 셋째는 조용한 장소가 마련되어야 하고, 넷째는 세상일을 잠시 잊어야 하고, 다섯째는 선지식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조건들이 잘 갖추어진 곳이 바로 사원이다. 세계 어디를 가 보아도 일반 사람들에게 한국의 절만큼 개방적인 곳도 없다. 누구라도 절을 찾아가 그 절 스님들의 허락을 받으면 서로의 형편에 따라 기일을 정하여 수도 할 수 있다.



청정도량서 끊임없이 정진을



호젓한 산 속의 절을 찾아가 수도하는 이의 삶은 거룩하다. 떨어지는 낙엽을 통해 온 세상의 가을을 느끼고, 한 밤에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의 갈피를 엿볼 수 있다. 세파에 시달린 영혼을 서리 서리 꺼내어 쏟아지는 가을 햇볕에 뒤적이고, 잊혀졌던 내 마음의 깊은 청산을 되살려 청량한 바람을 불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수도하는 이의 생명은 영원하다.



신규탁(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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