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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안 믿으면 불편한 나라

기자명 이학종
중학교 시절 꽤 친했던 친구들이 대여섯쯤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지금까지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친구는 두엇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그들이 개신교 신자가 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개신교 신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만남을 지속할 수 없게됐다는 것에, 물론 선뜻 납득이 되지 않을 줄 압니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선 일요일은 물론이고,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교회에 나가는 그들을 만날 시간적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토록 원만하고 가슴이 넓었던 그 친구들이 개신교 신자가 되면서부터는 왠지 각박해지고 도량이 좁아졌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만날 때마다 ‘하나님을 믿어라’, ‘하나님을 믿지 않고 사는 사람을 보면 마치 물에 빠져죽을 위기에 놓인 사람이 던져주는 구명 밧줄을 내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등의 지겹도록 집요한 전도가 듣기 싫었던 탓도 어느 정도 작용을 했지요. ‘원수마저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그들은 단지 하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사이에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여러 해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의 회수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연락이 끊기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그 친구들 쪽에서 만남을 꺼렸지만 나중에는 제 자신도 별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개신교 신자들이 이들처럼 편협하거나 배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취재현장에서 만났던 고 문익환 목사님이나, 다원주의를 주창해 곤욕을 치렀던 고 변선환 목사,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김경재 목사와 방에 불상과 십자가를 함께 모시고 사는 이현주 목사, 그리고 최근 사적 모임에서 만나본 강진 남녘교회의 임의진 목사에 이르기까지 어찌 보면 보살 같고 부처님 같은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개신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말의 호감에 다시금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불자 김태복 장군이 개신교를 믿는 한 장교의 모함으로 뇌물수뢰의 누명을 쓴 채 3년 째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나, 경승실의 불상을 철거하라는 원주 기독교계의 억지요구, 그리고 현재 용인 수지읍에 있는 초등학교 담장에 그려진 석가탑과 다보탑이 특정종교의 선전물이니 철거하라는 요구를 해 마침내 사라지게 된 현실을 보면서 차츰 마음의 문이 닫히고 있는 것이지요.

용인지역 개신교도들의 요구로 초등학교 담장에 그려진 석가탑과 다보탑이 철거된다는 소식, 그러니까 특정 종교계의 억지요구에 공공기관이 굴복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앞으로 개신교 신자가 아니면 이 땅에서 편하게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렵겠구나라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 대한 테러와 아프간에 대한 보복공습이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간의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전세계적 우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정작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정종교의 물리적 테러에 주목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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