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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정체성 논쟁’에 동참을

기자명 이학종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모처럼 어렵게 지핀 ‘한국불교 정체성’ 논쟁 결실 맺기를

논쟁(論爭)의 역사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으나 논쟁에 관한 한 불교만큼 활발하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부파불교 시대의 치열했던 논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후에도 용수, 세친 등 기라성 같은 논사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침으로써 불교의 사상적 깊이와 폭을 크게 확대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심지어 인도에서는 무려 500여 년 동안 불교논리학파와 힌두 논리학파(정리학파)의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도 불교 전래 당시 도교와의 대론이 있었습니다. 또 혜원 스님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국왕에 대한 예경’ 논쟁 등이 유명합니다. 한국불교에도 몇 차례의 논쟁이 있었는데, 성철 스님이 주도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른바 ‘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이 대표적이고, 조선 말 19세기에도 백파와 초의 스님의 선문수경을 둘러싼 치열한 선 논쟁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많이 알려진 중국 북종선과 남종선의 정통성 논쟁, 일본 불교학계에서의 대승비불설 논쟁, 티베트의 저 유명의 한 삼예(Samyas)의 종론 논쟁(법보신문 525호 참조) 등을 들수 있습니다.

그런데, 논쟁이란 보통의 다툼과는 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매우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논의결택(論議決擇)이라고 해서 논의를 통해 올바른 것을 확정하는 정어(正語)의 기능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법보신문에서는 동국대 김용표 교수의 ‘초기불교 지상주의를 경계한다’는 특별기고를 시작으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현재 한국불교를 포함하여) 정체성 논쟁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교수 등 학자와 관련 전문가, 스님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기불교를 절대시하려는 시각과 그를 정면으로 배격하는 반론, 나아가 현재의 한국불교를 과연 불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정체성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쟁은 매우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반론에 반론이 이어지면서 한 때 논쟁당사자를 불쾌하게 하는 공격적 글쓰기에 대한 비판도 불거져 나왔고, 논쟁이 본격화되자 논쟁 당사자가 슬며시 꼬리를 내리려는 경향도 감지되고 있지만, 편집국은 이런 부차적인 장애로 인해 논쟁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충분히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계속해 논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학자와 스님들이 참여해 치열하고 뜨겁게 논쟁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논쟁이 21세기 벽두를 장식할 만한 불교 논쟁으로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건설적 논쟁은 한 집단의 발전을 담보해주고 활기를 제공합니다. 반대로 논쟁이 없는 집단은 침체를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처럼 시작된 ‘한국불교 정체성 논쟁’이 설사 결택의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소정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스님과 학자, 관심 있는 불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기대합니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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