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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행사를 국민의 축제로

기자명 신규탁
부처님 오신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길거리의 가로수에는 연등이 달리고 밤이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금년의 경우는 비교적 나라 살림도 조금씩 풀려가고 가정의 경제 사정 등도 이른바 ‘아엠에프’ 시절에 비하면 한결 좋아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의 연등은 더욱 고와 보인다. 게다가 우리 나라 굴지의 양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이 저마다 안정적으로 종무 행정에 임하고 있어서 그 평온함은 더더욱 비교된다. 이 모두가 불교 본연의 모습인 평화로움을 위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는 불교도들의 마음가짐도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복을 비는 날에서 잔칫날 쪽으로 변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절에 가서 등을 달고 가족의 안녕을 기도하는 모습 일변도였는데, 이제는 그런 기도도 하면서 축제의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 인류의 스승이 태어난 날이니 그야말로 큰 잔치가 아닐 수 없다. 각자 마다 좋은 음식을 내와서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고,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그 분이 살아오신 행적도 돌이켜 보고, 그 분이 남겨주신 교훈도 되새겨 보는 그런 날이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금년 부처님 오신날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 시대에 걸맞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찾아서 살아있는 문화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스민 살아있는 문화로서의 부처님 오신날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연꽃등을 만들어 부처님의 생신을 함께 기뻐하는 것도 이런 역동성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잘 만들어진 문화는 시대를 초월하고 지역을 초월한다.

연꽃등을 공양하는 문화가 비록 농경문화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현대의 첨단 산업 사회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연꽃등만큼 오늘날 부처님 오신날 애용되는 것도 없으니, 가히 선조들의 뛰어난 문화적 안목이 오늘의 후손들을 몸과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양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양식을 물려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이 바른 정신과 안목을 가져야 한다. 과거의 불교문화를 오늘에 이어가고 미래에로 전해줄 문화 담지자 그룹의 하나가 스님들이다. 절의 건축은 말할 것도 없고 조경 내지는 종교의례 더 나아가서는 불교 교리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불교문화를 전승하는 이가 바로 스님이다.

담장 하나를 쌓더라도 이것이 바로 문화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그리하여 거기에는 그 시대의 기술과 예술과 혼을 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이 시대를 넘고 지역을 넘어 우리의 삶을 기름지고 풍요롭게 한다. 과거를 계승하는 것에만 만족하고 거기에 안주하다 보면, 그 문화는 결국 박물관에나 들어가고 만다. 돌아가신 은사 스님 부도를 하나 세우더라도 여기 그리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숨결이 들어가야 한다.

금년 부처님 오신날에는 전국민이 함께 하는 문화 행사가 더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거룩한 탄생을 함께 즐겨야 할 것이다. 이 날을 계기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되고,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로와 지고, 외로운 이가 위로 받기를 기대한다.

옛날 우리네 시골 잔치에는 애 어른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게다가 먼 동네의 거지들도 배불리 먹고 마실 수 있게 된다. 이런 잔치를 계기로 서로가 한 식구임을 확인하고 서로를 생각하며 살게 된다. 저마다 저 살기에 힘들다 보니 이웃을 잊고 살다가도 이런 날을 계기로 생각을 다시 한 번 추슬러서 함께 잘 사는 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신규탁(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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