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식물은 땅이 비옥하면 비옥할수록 잘 자란다. 그러나 이 토종 대추란 놈은 다르다. 토종 대추는 척박한 땅이라야 잘 자란다. 여기 저기 큼직큼직한 돌들이 박혀있고 바람 불면 먼지가 푸석푸석 흩뿌리는 토양에서 대추는 비비꼬이고 말라빠진 몸매를 하고 버틴다. 모진 풍상에 시달리며 알토란같은 열매로 거듭나는 것이다.
청량산 중턱 마을의 사람들은 이 열매를 내다 팔아 자식들 공부를 시킨다. 안동이나 영주에 방을 얻어 자취를 시키고 공부를 시킨다. 이상하게 이 마을엔 남정네가 별로 없다.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다.
토종 대추 팔아 자식 교육
넉넉치 않지만 불사엔 늘 동참
사찰 불사 땐 없어선 안될 보물
며칠 씩 걸리는 불사 도맡아
그 아주머니들은 이 마을 토종 대추를 꼭 닮았다. 모진 풍상에 시달리면서도 열매를 맺고 가을이면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는 대추알처럼 이 마을의 아낙들도 야무지다. 이 아주머니들은 청량산 청량사엔 없어서는 안 될 보물들이다. 별칭을 굳이 부친다면 '청량사 특공대'이다. 각종 행사 때면 빠짐없이 올라와 며칠 씩 일을 한다. 온갖 궂은 일은 모두 이 아낙들의 몫이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청량사에선 겨울 난방을 나무를 해서 해결했다. 스님들과 아낙들이 힘을 합해 몇 달씩 그 힘든 '나무 울력'을 하느라 땀 깨나 쏟곤 했다. 그러나 그 나무 울력도 계속할 순 없었다. 청량사가 도립공원인지라 관에서 '나무 울력'을 금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연탄을 떼기 시작했다. 물론 그 연탄 나르는 일은 마을 아낙네들, 그러니까 '청량사 특공대'의 소임이었다. 큰 고무통에 연탄을 몇 장씩 담아 이고 올라오고 지게로 져 나르기도 했다. 이천 장, 삼천 장 분량의 그 많은 연탄을 그들은 그렇게 날랐다.
청량산 중턱의 작은 마을, 그 곳엔 오늘도 순하디 순한 눈매의 아낙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쉬지 않고 일을 하며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산다.
봉화 청량사 주지 chengsj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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