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실 원인은 ‘기초 외면’
국가부실 원인은 ‘기초 외면’
  • 은정희(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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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동안 본란에서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특히 불교학에 있어서의 기초, 토대가 부실하다는 점을 누차 지적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각 일간신문에서는 대학생의 학력저하에 대하여 보도하고 이에 대한 심층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생의 학력저하란 ‘대학 신입생들이 기본 원리를 응용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인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서울대 김홍종 교수)이며, 이런 현상은 일반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소위 명문대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학기술을 배우겠다는 학생이 수학실력이 쳐져 물리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물론 첨단 통신산업에 종사해야 할 공대생 중에 삼각함수나 미적분을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력을 주도할 학생들의 수학실력 저하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몇 세대에 걸쳐 나타날 것이며, 종국에는 기술력에서 국가 경쟁력을 잃고 후진국 대열에서 맴돌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수학 실력의 저하뿐만이 아니고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분야가 흔들리고 있으며 영어도 말하기, 듣기 중심으로 영어 교육이 바뀌면서 ‘영어 벙어리’는 줄었으나 학문적 성찰이 요구되는 원서 독해력은 크게 떨어져 강의실에서 외국어 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원서 독해력이 낮아 F학점을 계속 받다가 결국 자퇴한 학생마저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대학원생들이 과거 학부생들이 읽었던 영어원서를 해독하지 못해 쩔쩔 매기도 하며, 이 때문에 대학원 강의실에서 마저 외국어 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솔직한 오늘의 실정이다. 즉 외국인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학문을 위한 기본 토대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각한 이런 학력저하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변별력을 잃은 ‘쉬운 수능’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학교교육이 대학 입학 시험 위주로 이뤄져 있고 그를 위한 수능시험이 아주 기초적인 질문만을 던지는 상황에서 쉬운 문제만 반복해 풀고 실수하지 않기 위한 학습을 하다보니 ‘수능세대’의 학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추세가 되고 이는 급기야 대학과 대학원의 학력하향 평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결국 문제의 원인이 ‘쉬운 수능’에서 발생했듯이 입시제도를 변화·보완하는 것이 학력저하에 대한 기본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시제도로 바꾸어 수준 높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진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학교교육이 심층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결국 기초학문에 대한 내실도 기하게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수준 이하의 학생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인해 우리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지 못한 채, 우리의 2세들의 기초실력이 저하되어 종국에는 국제사회에서 2등, 3등 국민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문제가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교육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기초적인 토대, 실력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상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아 이러한 것이 통행되는 사회인가, 그렇지 못한 사회인가에 있다고 본다. 요즘 우리사회의 정치 현실에서도 도의적인 면에서나 그밖에 각 부서의 실력 면에서, 기초적인 상식선도 안 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어 국정운영을 맡고 있으니 나라꼴이 이처럼 부실 투성이가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탄탄한 기초, 탄탄한 상식이 없이는 훌륭한 두뇌나 열성적인 노력도, 방향을 잃은 나침반에 의존하는 배가 침몰할 수밖에 없듯이, 무위에 그치고 마는 참담한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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