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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사찰에도 장애 복지시설을

기자명 해성 스님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저는 매주 일요일이면 소리없는 몸짓으로 법문을 합니다. 청각 장애인 불자들과 만나면 평소 쓰던 말로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입모양과 수화를 동원,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지요. 이들을 만날 때면 `더욱 열심히 장애인 포교에 매진해야 겠다'는 발원(發願)이 두터워짐을 느낍니다. 멀리 파주에서 새벽 밥을 먹고 오는 이, 성남이나 의정부 등에서 오는 이 등 일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불법(佛法)을 깨우치고자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옵니다. 부처님께서 인간에게는 불법을 깨우칠 수 있는 씨앗인 불성(佛性)이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불교에 내포돼 있는 평등사상을 엿볼 수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살펴보면 수승한 가르침만 있으되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의 불심 증진을 위한 전용 수련장이 어디 있으며 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포교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인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에 의한 후천성 장애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장애가 사회 활동을 하거나 불법을 깨우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장애인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삶 전체를 포기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큰 장애는 장애인 불자들을 위해 작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불교계의 풍토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복지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갈 만한 산사(山寺)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산사 근처에 갔다가 경사로가 없어 구경만 하고 되돌아 왔다는 장애인불자들을 만날 때면 불자된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찰에 있는 화장실을 살펴봐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부처님께서 설하신 12연기 중의 첫째인 무명(無明)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명이 바로 불성을 보는혜안(慧眼)을 갖지 못한 `장애'를 지칭하는 말이 아닐런지요.

우리 주위에는 약 400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이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4인을 일가족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가정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장애인이 있다는 통계입니다. 21세기는 한 단계 높은 복지 포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이제 이를 실천할 때입니다. 산사이건 도심 포교당이건간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구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해성스님/서울 연화복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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