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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바새의 창-장애와 수련회

기자명 임순기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달 송광사 하계수련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종무소에서 접수를 하는데 총무 스님께서 “신청서를 보았을 때 다른 수련회에 참가도 해보고 절도 많이 해보았다고 하여 간사회의에서 뽑았는데 이렇게 장애가 심할 줄 몰랐어요.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지만 후원에서 자원봉사자와 가벼운 일을 도와주면서 교육시간 강의는 받고, 참선 시간은 수련장에 들어가지 마세요.”

척추와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목발을 짚고 있는 나를 보고 하루18시간 반복되는 강의와 참선시간을 생각할 때 당연히 그렇게 볼 수 있었다.

“스님 이곳 수련회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왔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실내에서는 목발을 짚지 않고 걸을 수 있으니 하루만 지켜봐 주세요. 그것도 안되는지요.”
나는 40여 분간 애원을 했다.
수련을 총괄하시는 스님은 나의 애원 때문에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시며 “거사님 생각만 하지 말고 수련생 전체와 우리 뜻도 생각해주세요.”
더 이상 부탁할 수 없었다. 전체를 생각해야 된다는데 아무리 자신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종무소에서 물러 나왔다. 모두 참석하는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는 수련장에 눌러 앉아 있기로 했다. 번호도 끝번이니 다른 수련생에게 피해가 될 것 같지 않았고, 수련장엔 내가 총무 스님께 매달릴 때 옆에 계셨던 지도법사 스님 세분만 계시고 총무스님이 안 계셨기 때문에 수련장 스님께 지적당하면 그때 물러갈 생각을 했다.

4박 5일 수련 기간 중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4일째 철야정진에 들어가기 전 `차 한 잔을 나누며'라는 토론 시간에 몇 수련생의 소감을 듣고, 맨 끝에 총무 스님이 “입방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수련회에 참석하고 있는 수련생이 있어요”하시며 소감을 들어보자고 했다. 기뻤다. 그 순간 간접적으로 입방을 허락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00명의 수련생 앞에서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생각하는 나의 장애관을 이야기했다.

“저는 장애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길을 갈 때 흐름에 같이하지 못하고 있구나 생각하는 순간 장애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같이 흘러 갈 때는 장애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같이 흘러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럴 때 그 부분에 매이면 장애인이고, 바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여 매이지 않으면 그곳엔 장애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련 중 차이나는 부분에서 여러분에게 폐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보고마음에 장애를 그리면 그 순간 여러분이 장애인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보고 마음에 장애를 그리면 그 순간 여러분이 장애인이 되는 것입니다. 저에게서 어두운 부분보다 밝은 부분을 찾아주세요.”

또 하나의 장애를 그려 놓은 것은 아닐까.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사는 게 어두움보다는 밝은 빛, 한 방울의 맑은 물이 될 수 있나를 생각한다. 육체적인 장애보다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장애와의 싸움이 나는 더 힘들다.


임순기/동산불교청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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