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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간송의 스승 위창 오세창

기자명 이병두

간송을 문화재에 눈뜨게 한 스승

전형필에 간송이란 아호 내려
간송미술관 짓는데도 큰 영향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하기도
‘위창 거사’ 칭하며 개혁 주도

1938년 8월 간송미술관 전신 보화각 상량식 후 함께 한 위창 오세창과 간송 전형필.
1938년 8월 간송미술관 전신 보화각 상량식 후 함께 한 위창 오세창과 간송 전형필.

문화재 수집에 일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준 수 많은 인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외종 형 월탄 박종화와 휘문고보 시절 스승인 춘곡 고희동, 그리고 위창 오세창(葦滄 吳世昌, 이하 ‘위창’)의 역할이 매우 컸다. 특히 위창은 처음 전형필을 만난 자리에서 이 젊은이의 그릇을 알아보고 오늘날 한국 문화재의 상징이 된 간송(澗松)이라는 아호를 지어주었으며 그 뒤 문화재를 제대로 감식하는 눈을 뜨게 해주고 이순황 등 훌륭한 인재들을 연결시켜주었으며 고비마다 자문을 아끼지 않았다.

아래 관련 사진은 1938년 8월 중순 현재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葆華閣) 상량식을 마치고 전형필의 집 거실에서 찍은 것인데,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위창이고 그 옆이 간송이다. 자리 배치에서 이날 모임의 중심이 이 두 인물임을 느낄 수 있다. 오세창이 전형필에게 아호 ‘간송’을 지어주는 장면을 이충렬이 지은 ‘간송 전형필’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젊은 자네가 흰 두루마기를 입고 들어오는 순간, 깊은 산 속에서 흐르는 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래서 산골물 간澗 자! 그리고 ‘논어 자한(子罕) 편’에 ‘세한연후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는 말이 나오는데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는 뜻이지. 추사 선생께서 선비의 지조와 의리를 지킨 제자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주면서 인용한 문장이지. 자네에게 이 문장에 있는 소나무 송松 자를 넣어 ‘간송(澗松)’을 주지. 마음에 드는가?”

간송이 사설 박물관을 세우게 된 배경에도 위창의 당부가 있었다.

“3·1만세운동 때 감옥에도 다녀오니 남은 재산이 별로 없더군. 생활이 힘들 때마다 선친이 남겨주신 서화를 몇 점 처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중략>…그러니 자네도 힘들게 수장한 물건을 절대 다시 내놓지 않아도 될 만큼만 모으게나.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자네가 오랫동안 애써서 모은 수장품이 자네 스스로 또는 자손들에 의해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이니 내 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게."

위창의 이 당부가 간송에게 ‘수집 이후 보존’ 방법을 고민하게 하였고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로 사설 박물관을 세울 결심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간송의 눈을 뜨게 하고 박물관 설립 결심까지 하게 해서 ‘금동 계미명 삼존불입상’(국보 72호, 금동입상)‧‘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 금동불감)’ 등의 성보문화재를 잃어버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위창이 불교를 위해 한 일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위창은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한 명이었는데 불교계와도 인연이 깊었다. 그 아버지 오경석은 역관으로 중국에 다니면서 세상 흐름에 일찍이 눈을 떴고 같은 중인 신분이었던 의사 유대치, 승려 이동인과 함께 김옥균 등 양반가의 젊은이들에게 개혁사상을 가르쳐 이들이 개혁운동을 추진하도록 이끌어준 선각자였다. 위창도 어린 시절 이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레 불교와 인연을 이어갔을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현재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 걸려 있는 ‘선종종찰 대도량(禪宗宗刹 大道場)’과 경북 구미 도리사 ‘태조선원(太祖禪院)’·경남 진주 ‘비봉산 의곡사(飛鳳山義谷寺)’ 현판을 썼으며 전남 승주 송광사의 ‘불일보조국사감로지탑(佛日普照國師甘露之塔)’에서는 스스로를 ‘위창거사’라 칭하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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