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독 세습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벌 중심의 기업문화에서 부를 세습하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 상속절차를 거치지만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세습의 과정은 세계적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세습의 대열에 개신교가 가세했다. 담임 목사직을 아들에게 승계해 논란이 됐던 명성교회에 대해 해당교단 재판국이 세습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1000억원 규모의 명성교회 운영권이 아들에게 세습됐다. 북한의 독재세습을 맹렬한 비난 하면서도 목사직 세습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이율배반적 행위가 씁쓸하다.
이율배반적인 종교라면 가톨릭을 빼놓을 수 없다. 비민주적 종교의 대명사다. 지금도 교황이 각 나라의 추기경을 임명하고 여자들은 성직자가 될 수 없다. 한국 신자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분담금을 교황청에 보내지만 국부유출의 논란을 넘어,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시할 권한도 없다. 가톨릭이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2년8개월 동안 129명이 사망하고 수억원을 착복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도 이런 봉건적 구조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들 종교에 비해 조계종은 훨씬 민주적이다. 본사주지와 종회의원, 총무원장을 선거로 선출한다. 그리고 총무원장에게 의혹만 제기돼도 퇴진을 요구하고 구속하라고 소리칠 만큼 과도하게 민주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같은 이교도들이 툭하면 조계종을 적폐라고 몰아붙이며 조계사 주변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톨릭의 반인륜적인 범죄나 개신교의 엽기적인 세습은 외면하고 있다. ‘임제록’에 탐간영초(探竿影草)라는 대목이 있다. “도둑질 전에 방문 앞에 풀을 흔들어 방안을 염탐한다”는 뜻이다. 최근 공지영 작가는 ‘해리’라는 소설을 통해 진보의 가면을 쓰고 성추행과 부정축재를 일삼는 신부들의 민낯을 고발했다. 불교를 적폐로 몰아 자기종교의 추악한 허물을 덮으려는 진보의 가면을 쓴 신부와 목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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