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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150명…승려들이 외면한 승려대회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8.26 18:35
  • 수정 2018.08.27 08:44
  • 호수 1454
  • 댓글 42

일부단체, 8월26일 승려대회 개최
스님들보다 재가자가 더 많이 참여
일부단체 등 합해 총 850여명 그쳐
“피 흘리자” “목숨 걸자”구호 남발
‘불교’ 내세우면서도 폭력성 노출

일부 승가단체들이 승려대회를 개최했지만, 막상 대회에서는 스님보다 재가자가 더 많이 참가해 승려대회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비롯해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들의 반대 결의에도 불구하고 일부 승가단체들이 승려대회를 개최했지만, 막상 대회에서는 스님보다 재가자가 더 많이 참가해 승려대회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또 연단에 오른 일부 스님들은 “피를 흘려야 개혁 된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등의 폭력성 구호를 쏟아내 “‘불교집회’인지 ‘폭력집회’인지 분관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승가단체들은 8월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조계사 맞은 편 도로에서 ‘전국승려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이 대회를 앞두고 일간지에 광고를 냈으며, 페이스북 등 SNS 등을 통해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왔다. 이로 인해 이날 대회는 참가인원이 이전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주최측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날 대회에서는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이 개최한 토요집회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주최측은 스님과 신도 포함 3000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집계에서는 스님 150여명, 신도 700여명 등 8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주최 측은 ‘승려대회’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150여명의 스님들만 참석해 승려대회라는 말을 민망케 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장주(이대마), 도정, 허정 스님 등 조계종으로부터 징계 받은 스님들을 비롯해 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다 막상 사퇴를 시사하자, 만류에 나서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 논란을 빚었던 월암 스님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참석한 재가자들의 상당수는 최근 사찰주지 문제로 내홍을 빚고 있는 서울 불광사 신도들이었다. 불광사 신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집회에 참석하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재가자들이 참석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승려대회에서는 연단에 오른 스님들의 폭력선동 발언들이 쏟아져 빈축을 샀다. 지난해 조계종 종헌종법을 불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여 논란을 빚었던 전 실천승가회 대표 효림 스님은 이날 단상에 올라 “개혁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조계사를 둘러싸고 있는 경찰병력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스님은 이어 “4‧19나 5‧18 때도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다”며 “우리도 그와 같은 희생을 치러야 종단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휘발유통을 준비하려 했다”고 발언했으며, 부명 스님은 교권수호대회가 열리는 조계사를 향해 “저기 있는 강아지들 훈련을 위해 ‘개통령’(으로 불리는 조련사) 강형욱을 불러와야 겠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또 이날 승려대회를 찾은 장주 스님은 자신의 개혁방안을 밝히겠다며 단상에 오르다 도정 스님 등의 강한 제지로 끌려내려오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장주 스님은 “이런 승려대회는 사쿠라 대회”라며 “내가 하는 방식대로 개혁을 해야 하는데 말도 못하게 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승려대회장에는 설정 스님의 무조건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던 설조 스님과 현재 27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각명 스님도 참석했다.

이날 승려대회장에는 설정 스님의 무조건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던 설조 스님과 현재 27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각명 스님도 참석했다. 설조 스님은 “적주비구, 사기협잡꾼들을 조계종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조 스님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호적을 고치고, 수계날짜까지 고쳐 논란을 빚고 있는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각명 스님은 “나는 100프로 내 권리로 되어 있는 사설사암이 있다. 내 개인 명의로 3만평의 땅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를 재가불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각명 스님의 발언은 사유재산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조계종 스님이 스스로 대규모 사유재산이 있음을 시인한 꼴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승려결의대회는 재가자 대표의 결의문, 비구니 현우 스님의 발원문에 이어 행진 등의 순으로 마감됐다. 그러나 행진을 마친 일부 스님과 신도들은 방송카메라를 의식한 듯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등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모 방송사 취재진은 “아이 씨, 밀고 들어가야 재미있는 것 나오는데”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날 승려대회를 찾은 장주 스님은 자신의 개혁방안을 밝히겠다며 단상에 오르다 도정 스님 등의 강한 제지로 끌려내려오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장주 스님은 “이런 승려대회는 사쿠라 대회”라며 “내가 하는 방식대로 개혁을 해야 하는데 말도 못하게 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승려결의대회는 불교적 방식으로 ‘대국민 참회와 종단개혁’을 위한 사부대중의 결의를 모으겠다는 취지를 내걸었지만, 행사 내내 과격한 폭력성 발언과 폭력적 구호들을 남발하면서 시민과 불자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계종과 불교계를 걱정하는 시민들과 불자들의 시름도 깊어질 듯 보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행진을 마친 일부 스님과 신도들은 방송카메라를 의식한 듯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등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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