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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찰 진전사와 그 사격

지난 11월 첫째 주말, 참으로 오랜만에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진전사(陳田寺) 도량을 참배하였다. 과연 복원불사 이후의 진전사 도량은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도량 곳곳을 둘러보았다. 폐사지에 불과했던 이 공간에 새로운 불전이 들어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코 쉽지 않았던 복원불사의 과정에 동참했던 많은 대중을 떠올리면서 그분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예를 올리기도 하였다.

도의(道義) 스님은 조계종 종헌에 의해 종조로 추앙되고 있는 신라말의 고승이다. 스님은 오랜 기간의 중국 유학을 마치고 821년 무렵 귀국하여 새로운 선법을 전한 ‘남종선 초전자’로서의 위상도 함께 지니고 있다. 신라사회와 불교계가 새로운 수행법을 받아들이지 않자, 도의 스님은 경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 진전사로 들어와 수행과 교화를 이어갔으며, 이곳에서 입적하였다. 비록 당시 불교계의 주류가 되지는 못했지만, 도의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으려는 스님들은 마치 개미떼처럼 진전사로 모여 들었다고 하며 그로부터 남종선을 익힌 수행자들은 마치 기러기 떼처럼 이곳 진전사 계곡을 떠나갔다는 기록도 전한다. 도의 스님에게 새로운 선법을 전해 받은 그 스님들에 의해 가지산문이라는 선문이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그 선문은 무려 600여년 동안 역사를 지속하였음이 확인된다. 

아쉽게도 진전사는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폐사의 형태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 이곳은 그저 국보와 보물이 있는 ‘진전사지’에 불과하였다. 종단의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진전사의 복원 필요성을 주창하였으며, 결국 지난 2000년 무렵부터 그 계기가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불교미술사학자 고 정영호 박사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사지 주변 땅 3000여평을 신흥사에 기증하면서 사지 복원에 대한 종단 내외의 여론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정영호 선생의 토지 기증에 이어 신흥사와 양양군이 사지 주변 토지매입에 나섰고,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진전사 복원불사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 2004년의 대웅전 건립 기공식, 그리고 2005년 6월26일 감격스러운 대웅전 낙성식을 봉행한 이후 진전사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시기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던 진전사 복원불사는 종찰을 복원하겠다는 종단의 원력과 신흥사 대중, 특히 얼마 전에 입적하신 무산 오현 스님의 원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불교 종파이다. 이 종단의 종헌에서 명시된 ‘종조 도의’는 물론 후대에 마련된 인식이기는 하지만, 충분한 타당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진전사는 이러한 조계종 종조 도의 스님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도량이다. 그래서 복원 이후 종단에서는 진전사에 ‘종찰’이라는 특별한 사격을 부여하였던 것이다. 

종찰 진전사의 복원은 물론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복원의 과정과 오늘의 진전사 모습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도 발견된다. 일부 고고학자는 그동안 진행되었던 발굴조사의 결과와 그 분석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종단은 그동안 진행되었던 발굴조사 전반을 점검하고 향후의 복원사업과 관계된 청사진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마치 오래된 창고같이 방치된 진전사 화장실의 지저분한 내부 모습은 참배 이후 지금까지 논자의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기도 하다. 

2005년 진전사 대웅전 낙성식 자리에서 당시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진전사에 특별선원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종찰 진전사로서의 사격을 가꾸어나가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며, 이 일은 본사 신흥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단 전체가 나서야할 일임이 분명하다. 머지않은 시기 진전사가 조계종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진정한 의미의 종찰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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