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로부터 ‘역경보살’로 칭송받는 봉선사 조실 월운당 해룡 강백은 통도사 강원을 시작으로 중앙승가대, 봉선사 능엄학림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학인들을 제접했고, 스승 운허 대종사에 이어 동국역경원장을 맡아 ‘한글대장경’을 완간했다.
스님은 역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변천을 몸소 겪는 동안 사유하고 글 쓰고 행동하는 시대의 지성으로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았다. 더불어 불교계 현장 속에서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관철하려 노력해온 실천가이기도 했다. 때문에 스님이 직접 저술한 책의 머리글을 비롯해 다른 이의 책에 쓴 서문이나 추천사, 각종 잡지에 소개된 글, 제자들에게 써 준 글에는 출가 수행자의 체험은 물론 당대의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다.
‘월운당 가리사(月雲堂 家裏事)-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강백 문집’은 “향후 우리나라 근현대 불교를 연구하려는 이들이 월운 강백이 남긴 문장들을 통해, 시대 지성의 고민과 그 해결의 전말 그리고 남겨진 과제를 엿볼 수 있고, 현재와 미래의 좌표 설정에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하는 후학들의 마음을 모아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엮었다.
신 교수는 “가리사는 이미 목적지에 도달한 집안의 보물, 그러니까 황금과 같은 큰 보배라는 뜻”이라고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강백 문집’의 이름을 ‘월운당 가리사’로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불경을 번역하고 뜻을 풀이한 글 모음으로, 스님 저서를 대상으로 그 서지사항을 명기하고 내용을 약간이라도 알 수 있도록 머리글을 옮겼다. 이어 2부에서는 수행을 돕고 불법을 펴는 글들을 모았다. 여기서는 출·재가를 막론하고 벗과 후학들이 발행한 단행본에 썼던 서문이나 추천사, 그리고 논문 등을 옮겼다. 그리고 깊은 안목으로 세상을 논하는 글을 모은 제3부에서는 그동안 각종 잡지에 소개된 짧은 글들을 실었다. 마지막 4부는 시절 인연 따라 제자들에게 써 준 글을 모았다. 스님의 마음과 필체가 담긴 각종 휘호들을 사진으로 옮기고 내용을 활자화했다.
은사 운허 스님의 ‘시비의 바다에 몸을 던지고, 표범과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가운데서도 걸림 없이 행하라’는 당부에 따라 일생을 역경과 불법홍포에 매진한 스님의 각종 글은 크게 네 가지 키워드로 통용된다. 첫째는 역경과 해설이고, 두 번째는 불교의례의 대중화, 세 번째는 불교 역사 알리기였고, 네 번째는 육군사관학교법회·교도소법회를 이끌었듯 포교다. 스님은 언제 어디서나 이 네 가지 이야기를 강조하고, 글에서도 재삼 이 넷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운당 가리사-황엄종주 월운당 해룡 강백 문집’에 실린 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은 올해 세납 90에 이른 ‘역경보살’이 언어의 장벽을 해체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역경에 전념해온 그동안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강백의 일대사인연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후학들은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한국불교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정표로 삼아 정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7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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