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만성피로 증후군이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하다. 왜냐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어떤 검사수치를 가지고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 ‘피로'라고 하는 매우 주관적인 증상으로 질병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때 피로를 유발할 만한 다른 의학적인 원인은 모두 배제되어야 하고, 피로와 함께 동반된 증상들이 특정 상태를 지녀야 한다.
‘피로'는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러한 피로가 1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는 지속성(prolonged) 피로라고 부르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chronic) 피로라고 부른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드는 피로가 지속된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두뇌 활동을 가로막는 천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집중력이 저하되고 기억력도 감퇴된다. 정신 능력이 저하되어 간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느끼는 공포감은 엄청나다.
시험을 여러 번 낙방하고 부모님 앞에 얼굴 들 수 없고 친구들은 합격에 승진을 거듭하는데 그럴 때에 느끼는 무력감은 더 표현할 말이 없다.
어느 날 문득 자기 두뇌 기능이 형편없이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일종의 공황상태로 이어진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대인 기피증도 생긴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또는 선별적으로 싫어함으로써 자기의 연약함을 미리 숨기겠다는 본능적 위장이다. 그런데 그것은 매우 열악한 자기 방어이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정서적 안정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집중이 되지 않고 헛수고하기 쉽다. 마음이 편안해야 기억력도 살아남고 마음이 즐거워야 집중이 잘 되는 법이다.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좋다. 우선 아침을 꼭 챙겨먹어야 한다. 식단도 밥과 김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하루 세끼 가운데 점심을 가장 많이 먹는 것이다. 또 저녁을 최대한 줄이고, 자기 전 3시간 동안은 금식하고 속을 비운 뒤에 다 소화시킨 뒤에 잠을 자야 한다. 육식은 1주에 3회 정도만 먹고, 고기와 함께 채식을 곁들여야 한다. 좁은 자리에서 일하다가도 1~2시간 간격으로 15분 정도 일어나 걷는 것이 좋다.
수험생의 경우 공부 시간 외에는 틈틈이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 매일 108배 하는 것은 정신과 육체 건강에 좋다. 인터넷으로 눈을 혹사하는 경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근육운동을 하면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1주 이상 피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도 만상피로 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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