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야소다라 ②
47. 야소다라 ②
  • 김규보
  • 승인 2018.12.10 16:25
  • 호수 1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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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500명의 경쟁자 이긴 신랑신부

싯다르타 신부되기 위해 나선
500명 신부 중 야소다라 최고
신랑도 학문과 무예대회서 1등

싯다르타에게 구애하고자 연회장을 찾은 처녀는 무려 500명. 각기 얼굴에 바른 호화로운 화장과 몸에 붙인 갖가지 보석은 연회장을 빛의 바다로 만들었다. 500개의 빛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도 싯다르타는 더욱 눈부셨다. 일찍이 누구도 본 적 없을 완벽한 외모에 불타오르는 듯한 눈의 광채는 분위기를 여지없이 압도하며 모든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성들은 싯다르타에 홀린 채 줄지어 앞으로 갔고, 싯다르타는 한 명, 한 명에게 보석이 든 바구니와 인사를 건넸다. 신붓감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코앞에서 싯다르타의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눈 여성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주눅들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눈빛을 지닌 싯다르타와의 결혼이 언감생심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탄식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500명 모두가 인사를 마쳤을 때, 연회장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밖에서 싯다르타 못지않은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불쑥 나타나 당당하게 걸어왔다. 500개의 빛을 합쳐도 그 하나의 찬란함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주눅이 든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내줬다. 싯다르타 앞에 이르러 빳빳하게 고개를 든 여인은 바로 야소다라. 자신이 의도했던 시간에, 의도했던 모습으로 싯다르타와 대면을 했다.

“왕자님. 저에게도 보석이 든 바구니를 주시겠어요.” 싯다르타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보석 바구니가 더는 없습니다.” 야소다라가 물러남 없이 대꾸했다. “이건 참기 힘든 결례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저를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야소다라의 당찬 말에 놀란 좌중이 침을 꿀꺽 삼켰다. 싯다르타는 옷에 붙인 보석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대신에 이것을 주겠습니다.” 하지만 야소다라는 성에 차지 않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고, 싯다르타는 보석을 모두 떼어 내 야소다라에게 주었다. 야소다라는 그제야 빙긋 웃음을 지었다. “왕자님. 저는 콜리야족의 야소다라 공주입니다. 이제부터 제 몸으로 왕자님을 장식해 드리겠습니다.” 싯다르타 역시 야소다라처럼 빙긋 웃음을 지었다. 왕자가 신붓감을 정한 순간이었다. 이번엔 한꺼번에 탄식이 터져 나와 연회장 천장이 무너질 듯했다.

야소다라는 비단이 드리운 하늘 길을 걷는 것처럼 황홀한 기분에 휩싸였다.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 당당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 달리 초조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특히 소문 그대로의 아름다운 용모와 눈빛을 직접 보고 나서는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마저 들었다. 그러나 싯다르타와 결혼하겠다는 야소다라의 욕망은 초조함을 숨기기에 충분했다. 마음속 떨림을 붙잡아 두면서 계획했던 것을 밀고나가 마침내 싯다르타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되었으니, 자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 그간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아버지인 숫파붓다 왕이 “나 역시 딸을 그냥 결혼시킬 수 없다”라며 짓궂게도 싯다르타가 참여하는 학문, 무예 대회를 열었지만 야소다라는 걱정하지 않았다. 싯다르타라면 무난하게 1등을 할 거라고 예상을 했고, 실제로 대회에서 싯다르타는 500명의
똑똑하고 건장한 사내들을 너끈하게 제압했다.

야소다라는 자신의 외모를 칭송해 온 세간의 시선에 시샘이 더해진 것을 알았다. “그 유명한 싯다르타의 아내가 야소다라라니. 과연 어울리는 한 쌍이지만 부러운 일이야. 내 딸이 그분과 결혼한다면 좋았을 텐데….” 야소다라는 사람들의 시무룩한 표정과 내리깐 눈에서 이런 속마음을 읽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시샘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가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영예일진대, 기쁨이 샘솟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 가뜩이나 부풀어 있던 야소다라의 마음이 몸을 뚫고 나올 듯 팽창했다. 전통에 따라 얼굴을 덮어야 했던 비단을 벗어던지고 싯다르타가 있는 궁궐로 갔다.

김규보 법보신문 전문위원 dawn-to-dust@hanmail.net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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