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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1운동과 33번의 타종

기자명 법장 스님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무한한 경애의 의미

용성, 용운, 초월 스님 등은
민족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모두가 숭고한 대승보살님
그분들 열반으로 오늘 존재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정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도 이번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행사를 열었다. 불교에서는 3월 1일 정오에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타종식을 갖고 정오에 범종을 33번 타종하였다. 

이번 33번의 타종에는 크게 2가지의 의미가 있다. 우선 불교에서 ‘33’이라는 숫자는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우주관을 나타내는 것이다. 본래는 제석천왕이 다스리는 수미산 정상에 위치한 도리천(忉利天, Trāyastriṃśa)의 33개의 ‘천’을 나타내는 개념이었으나 부처님의 어머님이신 마야부인이 죽은 뒤 다시 태어나신 곳이 도리천이고 신라 선덕여왕이 자신을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한 것 등의 여러 설화들과 연관되면 불교 우주관을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다. 즉 범종을 33번 타종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을 포함해 동물이나 지옥 중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상의 생명들이 그 소리를 듣고 고통에서 벗어나고 안락함을 느끼게 해주는 음성공양이며 부처님의 법음을 퍼트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보신각에서 타종하는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으로 우리 국민들이 한 해 동안 겪은 힘든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새해를 행복하게 맞이하기 위한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3·1운동 100주년 기념타종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3·1운동을 계획하고 주도하신 민족대표 33분에게 받치는 경애의 의미이다. 종교지도자로 구성된 민족대표 33인은 일제강점기에 종교의 틀을 넘어 민중의 아픔을 감싸 안고 그들을 위해 참다운 종교인의 자세로 자신들을 희생하여 우리의 광복을 이끌어 주신 민족의 영웅이시다. 특히 이 분들 중에는 불교의 대표로 해인사의 백용성 스님과 만해 한용운 스님이 계시다. 그리고 불교계의 독립운동을 선두에서 주도하시고 그 유명한 진관사 태극기의 주인공이신 초월 스님도 불교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였다. 

다른 종교의 지도자분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우리 불교에서는 앞의 칼럼에서도 다루었듯이 출가 승려의 정치참여와 다툼이나 살생이 우려되는 행동을 계율로써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용성 스님, 한용운 스님, 초월 스님과 같은 스님들께서는 출가 승려로서의 위의를 희생하면서까지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3·1운동과 독립운동을 이끄셨다. 이런 스님들의 행동은 단순히 율장과 보살계 등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참다운 보살의 모습이며 진정한 보살행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는 종교지도자로 구성된 민족대표 33인의 모든 분들이 각 종교의 성인의 모습으로 나투셔서 우리를 위해 그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종교라는 것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과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라가 어렵고 국민들이 힘든 상황에 종교로서의 위엄만을 찾고 사회와 동떨어진 행동을 한다면 과연 참다운 종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역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효 스님과 사명 대사, 그리고 수 많은 독립운동 유공자 스님들이 보여주신 모습은 국민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며 철저히 자신을 희생하신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대승불교가 말하는 참다운 보살의 모습이고 일승(一乘)의 가르침이며 진정한 ‘지범개차’의 행동인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곳 대한민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웃음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라와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신 수많은 순국선열님들 덕분이다. 이 분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이제 우리가 느끼고 간직하여 후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어야 한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절대적인 가르침은 ‘열반’이다. 이는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순국선열님들로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열반의 의미로 전해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그 열반을 감사히 느끼고 그 안에서 다시금 열반을 추구해야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79호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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