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가르는 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에 대한 효(孝)일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생명이 있으니, 효가 사람만의 전유물이라고 성급히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있을지언정 어미에게 효도하는 동물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성장한 자식이 부모를 물어죽이거나, 쫓아내고 부모의 영토를 차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부모의 살을 뜯어먹고 사는 생명도 있다. 이렇게 동물의 사회에서 효의 예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래서 학자들은 효는 본능이 아닌 학습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불교에서도 효는 중요하다. 우란분절이라는 명절이 있다. 매년 음력 7월15일로 스님들의 여름안거가 끝나는 날이 우란분절이다. 올해는 양력으로 8월15일이다. 우란분절은 목련존자가 죽은 뒤 아귀계에 떨어져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스님들에게 공양을 했던 것에서 비롯됐다. 불자들은 49일 동안 기도입재를 하며 돌아가신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기도하고 우란분절 당일엔 안거가 끝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선망부모를 기린다.
유가에서는 효를 백행(百行)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모든 도리는 효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다. 우란분절은 효로 그치지 않는다. 이날은 ‘생명살림’이라는 이름으로 뭇 생명들과 모든 인연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다.
부모에 대한 효가 동물을 넘어선 사람의 영역이라면, 효를 뭇 생명에 대한 연민으로 돌리는 자비심은 중생을 넘어선 보살의 영역일 것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본능이라 학습이 필요 없지만 효는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렵다. 보살의 삶 또한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각 사찰에서 우란분절을 앞두고 49일재 기도가 한창이다. 우리의 효가 깊어질수록 보살의 삶 또한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우란분절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깊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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