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을 들여다본 시에서 얻는 치유의 힘

  • 불서
  • 입력 2019.09.23 14:22
  • 호수 1505
  • 댓글 0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 백원기 지음 / 운주사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숲길은 고요한 사색의 길이며 치유와 명상의 공간이다. 숲길은 번다함을 덜어내기에 좋고, 마음으로 걷고, 그 마음으로 숨을 쉬고, 들숨과 날숨에 머리가 맑아지는 길이다. 또 숲길에서 만나는 징검다리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배려와 희생’, 그리고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시인도 그렇다. 개인과 개인,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배려와 소통’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이것을 시로 형상화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시인의 이러한 시적 공간은 맑은 물이 흐르는 텅 빈 시냇가처럼, 조용하게 세상 모든 것들을 가볍게 흘려보내는 힘을 지닌다. 이는 곧 서정적 위로와 위안을 선사하는 근원적 요인이기도 하다.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는 한국 근현대 시인들 중 자연과의 일체감을 추구하면서 서정세계를 일궈낸 작가들을 가려내 그들의 시 세계를 들여다보고 읽어냈다.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를 역임한 백원기 석좌교수가 시인 21명의 대표 시를 소개하면서, 시들이 품고 있는 의미와 속내에 천착해 문자 너머 시인의 내면과 만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그들의 작품 속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정신의 긴장과 폭력, 분단과 전쟁, 가난과 슬픔, 생태위기와 생명연대의식, 비움과 버림의 세계관 등과 맞닿은 다양한 시학을 담론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각각의 시들이 품고 있는 내밀한 의미와 더불어 시인들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추적했다.

저자는 “인간은 항상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고 그것을 과시하며 끊임없이 대립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근원적 삶에 대한 의문을 우주에 던지고 그곳으로부터 답을 찾으려는 시인들은 자연 속을 거닐며 자연과 스스럼없이 교감하고, 마음에 이는 파문을 주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을 관조하는 일은 곧 자신을 들여다보는 명상이라 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시인들은 자연 친화적 성향을 바탕으로 한 존재의 상호연기에 깊은 천착을 드러내 보이는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불교의 화엄적 상상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배려와 연민, 그리고 공감으로 끊임없는 명상과 치유의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덕분에 자신을 들여다보듯, 자연을 관조한 시에서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5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