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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의 선거 바람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고 그에 따라 나라의 최고 지도자이자 권력자인 대통령을 선거로 뽑는 일이 행해졌다. 이것은 종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 후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남겼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선거는 대표자를 뽑는 제1의 대안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불교계에서의 선거도 이런 사회 전반의 흐름 속에서 생겨난 것으로 처음에는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대로 정착 되어가는 모습이다. 깨달음을 중시하는 그리고 진리의 체험을 중시하는 수행집단에서 머리수로 의사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것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거북했지만, 사회의 변동과 함께 불교도 이 제도에 대하여 반항할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선거에 대응할 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말이다. 어느 누구도 선거 자체를 부정해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고, 문제는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느냐이다.

최근 조계종에서 종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각 교구 본사별로 배정된 종회의원을 뽑기 위하여 각각의 본사들은 선거의 열풍에 휩싸였다. 본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는 여러 문중이 모여서 살고 있다.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뿌리는 한 스승이지만, 밑으로 내려올수록 파가 갈라져서 저마다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종회의원 선거는 각 본사내에서 문중간의 경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뽑힌 의원은 중앙 종회에 올라가서 자신의 교구를 대표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한다. 그 중에서 종회의원의 핵심이 되는 일 중에는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일이다. 총무원장은 명실 공히 조계종의 최고 권력자이다 보니 총무원장을 출마하려는 스님들은 종회의원 속에 자기편을 모으기에 온 힘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현실 정치판에서 보이는 추태가 재현되기도 한다. 이런 일을 4년마다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가는 우선 교구본사가 분열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거의 후유증이 상당히 남는다. 선거 과정에서 각 문중별로 반목이 생기고 그렇다고 그 상처를 치유할만한 방안이나 인물도 없다. 비록 각 본사에는 조실이나 방장스님이 있다고 해도 그 제도도 하나의 권력의 형태이기 때문에 전 대중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교구 본사의 통합이 없는 한 중앙 단위의 통합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예전에는 중앙에서는 권력 투쟁을 했어도, 본사 단위에서는 식구들 간에 우애가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본사내에서도 각 문중별도 파를 나누어 대립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선거라는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가 단합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여 통합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옛날이 좋았다고 회상해도 별 소용이 없다. 세월은 이미 흘러갔고 세상은 달라졌다.

여기에서 불교계는 타산지석의 지혜를 살려야 할 것이다. 불교계는 우리 사회의 다른 종교단체나 교육단체에 비교하여 선거제도를 도입한 역사가 짧다. 눈을 돌려 먼저 시작한 다른 단체의 경험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말해지는 대학의 경우도 초창기에는 지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총장으로 모셨다.

그러다가 1980년대를 거치면 총장직선세가 도입되어 교수들의 손에 의해 총장을 뽑게 되었다. 현재는 총장직선제에 따르는 여러 문제점도 드러나 많은 대학들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도자를 자주 교체한다고 해서 그 조직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의 목적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자각을 바탕으로 하는 중생의 제도이다. 선거니 민주주의니 하는 따위의 제도는 모두 수단에 불과한 것이므로 근본과 가지를 뒤바꿔서는 안 된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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