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위급한 순간 찾아온 가피의 손길

기자명 광우 스님

“급체 치유한 건 관세음보살님과 호법신장”

정진하다가 상기병에 걸린 스님 울진 불영사 인근서 참회 정진
폭우 내리던 밤 온몸 마비…“수행자답게 떠나자”며 가부좌 틀자
한 여성은 바라보고 남성은 안마…그분들은 탱화속 보살과 신장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필자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비구니 스님이 계시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일찍 출가하여 60여 세가 된 스님의 법명은 진정(가명) 스님이다. 진정 스님은 10대에 출가하여 운문사 강원을 졸업하고 선원에 들어가서 참선 수행에 진력했다. 몸이 왜소하고 체력이 약했던 스님은 무리한 정진으로 심각한 상기병(上氣病)에 걸렸다. 이 병은 기운이 역행하여 두통과 소화 불량,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골치 아픈 난치병이다. 도저히 참선 수행하기가 어렵게 된 스님은 이 모든 병고가 자신의 업장이라 여기고 참회 기도를 통한 업장 소멸을 발원하였다.

“불보살님이시여! 저를 살리시려거든 이 상기병이 나아서 다시 공부하게 해주십시오. 만약 상기병이 낫지 않아서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저를 그냥 죽여주십시오.”

독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발원하고는 유명한 기도도량을 다니면서 업장소멸 참회기도에 집중하였다. 관세음보살 염불을 중심으로 정근하면서 때때로 몇날 며칠 동안 매일 삼천배를 올리기도 했다.

기도를 시작하고 2년이 지났을 때, 남해 보리암에서 관세음보살 기도를 마치고 경북 울진의 불영사로 향했다. 불영사에서 매일 삼천배씩 쉬지 않고 며칠 동안 절을 올렸다. 몸이 허약한 처지에 그 동안 쉼없이 기도에 몰입하다 보니 심신이 너무 피로하였다. 문득 사람없고 조용한 도량에서 잠깐이라도 숨 돌리고 푹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러한 생각을 일으킨 직후 울진에 있는 산 속 암자에 빈자리가 생겼다. 스님은 비구니 두 분과 마음을 맞추어 함께 암자에 머물기로 했다. 비구니 혼자서 지내면 자칫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다른 분들과 함께 지내기로 한 것이다. 매일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며 몸과 마음을 충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스님 한 분이 용무가 생겨 멀리 외출을 나갔다. 스님 한 분이 빠지고 젊은 비구니 둘이서 잠을 자려니 괜히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평소에 절에 다니며 친분이 있던 여(女) 불자님을 불러 같이 저녁도 먹고 절에서 함께 잠을 자기로 했다. 

그날 스님 두 분과 불자님 한 분, 총 세 명이서 잠에 들었다. 그날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폭우가 쏟아졌다. 잠에 들었던 진정 스님이 한밤중에 몸의 불편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더니 호흡 곤란이 왔다. 급체를 한 것 같았다. 호흡을 몰아쉬다가 의식을 잃었다. 옆에 있던 비구니 스님과 불자님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정 스님이 겨우 눈을 떴는데 몸이 마비되고 호흡은 꽉 막혀 의식조차 온전치 못했다. 옆에서 옛날 구식 전화기로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이 닿은 이장이 이렇게 말했다.

“근처에는 병원도 없고 지금 밖에 비가 너무 쏟아져서 도저히 사람을 산속 암자에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아침까지만 견뎌보세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님은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스님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이왕 어차피 죽을 거 수행자답게 세상을 떠나자.”

진정 스님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벌떡 일어나 가부좌 자세로 딱 앉았다. 그리고 옆에서 자신을 간호해준 스님과 불자님에게 그냥 편히 쉬라고 하고는 딱 가부좌를 틀고서 염불에 집중하였다.

고통으로 인해 인사불성인 상태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새벽 늦은 밤이었다. 앉아서 눈도 뜨지 못하고 비몽사몽에 빠져있는데 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이장님이 사람들을 보냈나?” 

그때 누군가 자기 몸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꿈인가? 실제인가?” 

누가 스님의 머리를 만지기에 손을 들어서 머리를 짚어보니 자기 머리를 꾹꾹 주무르는 누군가의 손길이 잡혔다. 

“이게 꿈인가? 도대체 누가 온거지?”

진정 스님은 혼미한 정신 속에서 온 힘을 쥐어짜 억지로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눈앞에 웬 하얀 드레스 같은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머리카락을 풀어 길게 늘어뜨려서 어깨 앞에 감싼 모습으로 자기를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는 웬 덩치 큰 남자가 비구니인 자신의 몸을 안마하듯이 꾹꾹 주무르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자기 몸을 이리 만질까 싶어서 쳐다보니 머리는 짧고 눈은 크고 동글동글하며 얼굴에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몸이 점점 편안해짐을 느끼며 스님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탈진하여 자리에 쓰러져 눕고 말았다. 의식이 끊긴 뒤에 다시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비는 완전히 그쳤다. 희한하게도 심신이 아주 상쾌하고 개운했다. 밤에 겪었던 모든 고통이 꿈만 같았다. 옆에 있던 스님과 불자님도 부스스 일어났다. 당황하며 언제 잠이 들었는지 서로 의아해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비구니 스님과 보살님에게 물었다. “혹시 밤에 왔던 남자하고 여자 분은 어디로 갔나요?” “무슨 소리세요?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진정 스님이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흰 옷을 입은 여자랑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가 새벽에 와서 저를 간병해 주었습니다. 분명히 제가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도 했습니다.”

스님과 불자님은 이상한 눈으로 진정 스님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아침 여섯시인 것을 확인하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잠에 빠져서 새벽 예불도 나가지 못했네. 늦었지만 법당에 가서 절이라도 올립시다.” 

세 명은 법당으로 향했다. 진정 스님은 법당에 들어가 저절로 눈길이 신중탱화에 꽂혔다.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충격을 받았다. “어머! 어머!” 신중탱화에 그려진 수많은 호법신장 인물도에, 밤새 자기를 치료해준 머리는 짧고 눈은 크고 동글동글하여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의 얼굴과 완전히 똑같은 신장이 떡하니 그려져 있는 것이다. 스님은 비로소 이해했다.

“아! 내 눈앞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는 관세음보살님이셨고 내 몸을 안마해주던 그 남자는 신장님이었구나.”

광우 스님 마음수행법회 지도법사 kgk515@hanmail.net

 

[1525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