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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불자들 진솔한 삶 녹여낸 시, 대중과 만난다

  • 라이프
  • 입력 2020.02.21 18:20
  • 수정 2020.02.21 18:22
  • 호수 1526
  • 댓글 0

보리수아래, 올해 첫 사업으로 ‘감성시집’ 시리즈 출간
성인제 ‘행복한 기다림’·이경남 ‘미안 인생아’ 신호탄
정기 출판으로 장애시인들 세상과의 소통 확대 기대

거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 불자들에게 있어 ‘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온전히 혼자인 순간에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영혼의 동반자이자,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를 사랑하는 장애불자들의 모임 ‘보리수아래(대표 최명숙)’ 회원들은 더욱 그렇다. 매년 부처님오신날 즈음 회원들이 직접 쓴 싯구에 음률을 더해 CD로 제작하거나 ‘연꽃들의 노래’ 등 발표회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하나가 더 추가된다. 바로 ‘보리수아래 감성시집’ 시리즈다. 장애불자시인들의 시를 시집으로 제작해 시를 사랑하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선보이는 첫 시도다.

보리수아래가 올해 첫 신규사업으로 장애불자시인들의 ‘감성시집’ 출판에 나섰다. 1집 성인제 시인의 ‘행복한 기다림’, 2집 이경남 시인의 ‘미안 인생아’가 신호탄이 됐다. 2월17일 이후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직접 구매가 가능한 정식 시집이다. 단순히 시를 엮어 만든 시집의 탄생이 아니다. 작품 발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장애시인들의 현실에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소통의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명숙 대표는 “어려운 여건 하에 있는 장애시인들의 작품 활동을 도와 사회에 알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감성시집’ 시리즈 출간을 시도했다”며 “시인 개개인의 삶을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기고 작가로서 성장하도록 이끄는 것은 물론, 작가로서 역량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창작 활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시인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시로 승화시켜 참된 불자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감성시집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도서출판 도반(대표 이상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장애불자시인들을 응원하는 마음,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를 대중에 선보이겠다는 원력으로 힘을 보탰다. 도반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보리수아래는 향후 장애시인들의 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매년 정기적으로 감성시집 시리즈 발간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 시집 ‘행복한 기다림’은 성인제 시인의 일상과 삶을 진솔하게 풀어낸 시와 글귀로 가득하다. 매일 아침저녁, 또는 시시때때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올린 습작들을 새롭게 다듬어냈다. 저자는 보리수아래 연꽃들의 노래 공연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보리수아래 음반의 작사가, 아시아장애인공동시집 등 여러권의 공동시집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성인제 시인은 “사실 시를 쓴다고는 하지만 시가 뭔지도 잘 모르고 시적 표현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며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쓴 글들이 이렇게 시집으로까지 나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제2집 ‘미안 인생아’의 이경남 저자는 굳은 의지로 삶을 변화시킨 시인이다. 아시아장애인공동시집 등 보리수아래 여러 공동시집에 참여했으며 2008년 장애를 딛고 히말라야 칼라파트라를 등정하는 등 활기찬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인생아 인생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뭐하나 특별나게 해주는 거 없어/…
너는 내가 싫을지 모르지만/ 나는 네가 나라서 좋구나(’미안 인생아’)

이경남 시인은 “60여년 긴 세월, 특별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이 그저 주어진 인연들에 감사하면서 모퉁이 구석에 나앉은 작은 분재처럼 부비적대며 모자란 듯 살아왔다”며 “때로는 희망을 품고 때로는 아픔과 절망을 느끼던 많은 시간에 넋두리처럼 긁적이던 낙서들이 생명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귀한 인연의 도움과 배려로 탄생한 시집은 가슴 벅찬 선물”이라며 “나의 남은 인생 동안 작은 등대와 같이 길 잃은 배의 빛이 되어줄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보리수아래는 감성시집 시리즈와 관련, 보리수아래 회원을 위해 소정의 선정절차를 거쳐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할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장애인 포교의 일환으로 보리수아래 회원이 아닌 일반 장애시인들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보리수아래는 올해 매월 정기법회, 부처님오신날 봉축공연, 아시아장애인공동시집 발간과 중증장애인 문화 순례, 장애회원 불명 갖기 사업, 장애인복지관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02)959-2611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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