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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共業)의식 바탕으로 힘‧지혜 모으자

코로나19가 정말로 전국을 휩쓸고 있다. 우리 국민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고 있고, 그 여파가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영역을 온통 휩쓸고 있으니, 당장 그 전파가 언제 끝날지도 큰 걱정이지만 그 뒤에 미칠 영향은 또 어떨지 우려된다. 이 사태를 무사히 마무리하지 못하면 병의 확산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물론이요, 그 후유증으로 오는 피해가 장기간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우선 이 코로나19 사태를 보는 기본적인 태도는, 그것이 우리들의 공업(共業)이라는 시각이어야 한다. 단순히 남에 의해 이루어진, 그렇기에 그들을 차단하고 격리하는 데서 끝낼 수 없는 우리들이 함께 지은 업이라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고, 특정 지역에서 유행 하지만, 그 특정 지역에만 책임과 원인을 물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함께 지은 업이 그곳에 어떤 인과성을 지니고 폭발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이러한 눈을 잃게 되면 우리들은 극단적인 차별화의 길로 내달리게 되고, 혐오와 불신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의 길을 걷게 된다. 

일단 우리나라 안에서도 어떤 지역에 대해 차별과 혐오를 일으키는 태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들의 아픔을 우리가 함께 지은 업이라는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은 국제적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우리가 가장 경계되는 나라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중국 등의 나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었던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 대신 ‘코로나19’라는 이름을 쓰게 된 바탕에도 이러한 정신이 놓여 있다. 그것의 확산을 막는 데는 철저함을 기하되 그것이 차별, 혐오,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함께 지은 업이라는 인식이 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흩트리게 될 것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인식 아래 출발할 때 참된 대책이 나온다. 우리 개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짓는 업 또한 우리 전체의 업으로 될 것이기에, 나 하나쯤이야, 우리 집단 정도야 하는 안일한 의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나 하나나 내가 속한 집단의 부주의하고 부적절한 행동이 곧바로 우리 전체를 괴롭게 하는 업이 된다. 그런 점에서 불교계에서 대중 법회 등을 중단한 것은 참으로 옳은 선택이다. 

우리가 함께 지은 업이기에, 그 업에 의해 가장 괴롭게 된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책임 의식 또한 함께해야 한다. 괴로움은 그 괴로움을 받는 대상의 상황에 따라 그 크기가 하늘과 땅 차이로 크다. 사회적 약자 계층이 겪는 괴로움의 크기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며, 그 파장도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우리들이 그것들을 나누어 짊어 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업에 대한 우리들의 마땅한 태도이다. 

마스크 하나 제대로 살 수 없어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그들에 대한 지원 대책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하며, 보다 나은 구체적인 지원책이 수립되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태의 진전 속에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계층, 예를 들어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같은 이들에 대한 지원책 또한 하루 빨리 수립되도록 해야 한다. ‘착한 건물주 운동’ 같은 자발적인 따뜻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 마음들이 모아져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지원책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함께 어려움을 잘 견디어 내면 그것은 커다란 화합으로 되돌아온다. 그렇지 못하면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어 계속적으로 우리를 괴로움에 빠뜨리는 악업의 순환을 일으킨다. 

참으로 힘든 코로나19 사태, 그것이 공업의식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따뜻한 마음들이 앞날의 따뜻한 세상을 일구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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