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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이타'의 현실 적용

기자명 희유스님

작은 일에서 타인 배려할 줄 알면
자비는 자연스럽게 행동에서 나와
평소 습관들이 모여 업이 되는 것

연일 코로나19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모든 복지관이 잠정 휴관을 하고 있다. 우리 복지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록 어르신들은 안 나오시지만 직원들은 출근해 일을 하고 있다. 매일 소독을 하고 마스크 착용을 하고는 있으나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르신들께 드리는 것도 넉넉하지가 않아 걱정이다. 더불어 사회활동지원사업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도 걱정이 된다. 한 달에 30시간을 일하고 받는 보수가 있는데 코로나19로 일을 못하게 되니 받으실 보수도 없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이 일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곤란한 지경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여러 가지로 많은 근심을 유발하는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기를 바라고 어르신들이 그동안에도 별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기도드린다. 

이번 코로나19의 급속한 전염을 보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조금은 더 발현이 되었더라면’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우선 자신부터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하거늘 ‘나 하나쯤은’ 하는 생각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되어 버렸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시민의식이 좀 더 성숙한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며칠 전 출근길이 떠오른다. 그날따라 전철이 복잡해 살짝 긴장을 하였으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백팩까지 앞으로 착용하는 사람들을 보고 ‘와, 정말 멋진 시민이다’라는 생각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에 감동 했던 날이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있지만 생활에서는 얼마나 자비를 실천하고 있을까. 수많은 경전과 교리에서 ‘자리이타’라는 단어를 보고 배웠으나 정작 현실에서는 얼마나 적용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작은 것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쌓이고 쌓인다면 자비를 일부러 실천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동에서 배어 나와 자비스러운 사람이 될 것이다. 평소 습관이 모여서 업(業)이 되는 것인데 정작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를 일이다. 일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신이 먼저이고 타인을 위한 배려를 하지 않으며 늘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욕심을 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희유 스님

‘초발심자경문’에 “금생(今生)에 미명심(未明心)하면 적수(滴水)도 야난소(也難消)니라”는 글이 있다. 즉 ‘이번 생에 마음을 밝히지 못한다면 시주 받은 한 방울의 물이라도 소화하기 어려우니라’는 말이다. 인생은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인(人) 자를 보면 서로 의지하고 있는 형상이다.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 만큼 일상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온 국민들에게 불안한 마음이 가득한 이때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생활이 필요할 것이다. 며칠 전 출근길 전철 속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던 모습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진정되어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부처님 전에 기도한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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