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동안 신도회의 조직을 위해서 조계종 총무원과 가졌던 협의를 중단하고 종단을 초월한 전국적인 재가신도조직을 건설하겠다는 의도에서 범불교재가연대회의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토론회에서 굳이 조계종의 종단개혁을 평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조계종의 종단개혁 중 어떠한 문제, 예를 들어서 신도조직 문제에 한해서 평가를 하고 그것을 타산지석을 삼겠다고 하더라도 다른 종단은 배제하고 조계종의
종단개혁만을 토론의 주제로 삼는 것은 장차 구성될 조계종의 신도회 조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명실상부하게 종단을 초월한 재가신도조직을 갖기 위해서는 종단을 염두해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재가 신도이기 이전의 순수한 불자의 자리를 먼저 찾아야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 토론회에서 다루고자 하고 있는 `출가.재가의 올바른 위상과 역할'을 본질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종단을 초월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서 종단에 속한 출가승려와 견주어서 재가신도의 위상과 역할을 찾는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종단과의 관계를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종단과의 연계를 끊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은지는 단언할 수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대승불교를 표방하면서 출가와 재가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기능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종단을 초월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설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의 설정은 신행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종단의 구성원 이전의 순수한 부처님 적자의 자리에서 신행을 닦고 행한다면 거기에는 출가와 재가의 차별이 있지 않을 것이므로 네 몫, 내 몫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저절로 조화를 이룬 불사를 성취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오늘 날과 같이 헌신적인 봉사가 요구되고, 또 미래에는 더할 것이 분명한 인류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을 찾아서 그것을 다하기 위해서는 결코 배타적인 집단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재가와 출가가 하나가 되어서 불사를 받들어 행함으로써 불사의 성취도를 높여가야 한다.
일반사회만이 아니고 종교계도 혼란할 때는 수 많은 단체와 모임과 구호가 넘친다. 보다 많은 불자들은 그 많은 단체들에게서 희망보다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뜻있는 교계의 인사들로 인해서 일반 불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물론 그러한 현상 속에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고뇌가 없지 않을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봉사보다는 배타적인 이익집단의 발호가 없지나 않을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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