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해선사의 세상읽기-승가의 위계질서

기자명 이재형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수정 2018.10.11 08:16
  • 댓글 0

노스님의 권위 상실, 직위·학번 우선 풍토
초발심·수행공동체 정신 회복해야

"유신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자손이다. 파괴란 무엇인가? 유신의 어머니이다. 대개 파괴란 것은 무너져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없애고 끊는 것이다. 그러나 파괴라고 해서 모두를 무너뜨려 없애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는않는다. 다만 구습(舊習) 중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을 고쳐서 이를 새로운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조선불교유신론》

서구문화와 자본주의의 유입은 농경문화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만해 스님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불교의 포교방식이나 수행형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하지 못하고 옛 것만을 고집한다면 결국 불교는 '박물관의 유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해 스님의 불교유신론이 무조건적인 파괴만을 일컫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통의 계승 속에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요소를 과감히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
고 있을 뿐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전통 질서의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와 직면해 있다. 학생이 교사를 구타하는가 하면 자식이 부모를 저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을 전통과의 단절, 자본주의의 병폐, 인간 교육의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종교계가 적극 나서 공동체 의식, 상호간 신뢰, 인간성 회복 등에 앞장설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중책을 짊어져야 할 종교계마저 전통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데 심각함이 있다.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통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위계질서의 문란, 노스님의 권위 상실, 돈 없는 스님의 노후문제 등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법납(法臘)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직위나 학번이 우선되는 경우도 있다.

승가는 '수행공동체'이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엔 "이미 출가해 청정한 승가에 참여했으면, 언제나 부드럽고 화합하여 착하고 수순하기를 생각할지언정 아만심으로 스스로를 높여서는 안된다. 먼저 된 이는 형이 되고 나중에 된 이는 아우가 된다"고 강조한다. 세속과는 달리 법납이나 수행의 높고 낮음으로 위계를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해 스님도〈불교〉(1938.7.1)지(誌)에서 "단체라는 것이 무수한 작은 개체를 합하여 한사람을 이룬 것이기에, 개체의 단합과 함께 자기 일을 충실히 해야 단체의발전과 역량의 강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가 승려는 만인의 사표이자 깨달음으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스님이 앞장서 부처님의 법으로, 수행의 힘으로, 보살행의 실천으로 중생을 제도하지못한다면 인류의 정신문화를 선도하기는커녕 추락하는 불교계의 위상마저바로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