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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법 수행 조오연(보현수, 47) - 상

기자명 법보

40대 중반에 부처님께 귀의해 
그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자  
재적 사찰인 정토사 주관하는
신행과 법회, 행사 동참해 정진 

보현수, 47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수계식을 하고 법명을 받았던 그날, 지난 2016년 겨울 울산 정토사의 불교 기초교리반 1기 수료식이 떠오른다. 집 근처에 위치한 정토사를 찾아 당차게 기초교리반의 문을 두드렸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불교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평소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나마 기초교리를 배울 때는 일단 지각을 하더라도 결석은 하지 말자는 각오였다. 수업을 마칠 시간에 겨우 사찰에 도착한 적도 수차례였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이날 수료식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스스로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불교에 다가가고 공부를 이어간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참 묘한 감동을 경험했던 수료식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기간은 불자 ‘보현수’로 새롭게 출발하는, 신행 생활의 진짜 기초가 되어 준 밑거름이었다. 바로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글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불교기초교리반을 수료한 이후에는 어떤 공부든지 지속한다는 것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도 생겼다. 덜컥 2017년 초 39기 불교대학 과정에 등록하고 1년 과정을 이수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불교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삶이었다. 보람도 깊고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런데 이대로 불교대학 공부를 마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쉬웠다. 물론 경전반 과정이 기다리고 있긴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자’라는 껍데기만 쓴 느낌이 들었다. 

40대 중반에 불교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마주했음은 분명했다. 그렇더라도 냉정하게 스스로 돌아보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삶이 평탄하지 않고 역경이 닥쳐 간절할 때에는 부처님을 찾아 매달리며 수행을 하다가도,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면 게으르게 수행하는 나의 모습은 여전했다. 불교대학 과정을 졸업할 때까지도 이런 생활을 반복하는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무엇인가 나를 불교와 단단하게 이어줄 끈이 필요했다.

2017년 겨울 불교대학 과정을 마칠 즈음, 답답함은 절실함으로 다가왔다. ‘나의 근기가 이 정도라 혼자서는 힘들구나. 그래 재적사찰인 정토사에서 진행되는 신행과 법회, 행사에 최대한 참석해보자. 몸과 마음을 완전히 도량에, 부처님을 향해 맡겨보기로 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러한 발원이 생겼다.

그때부터였다. 2017년 불교대학 수료 이후 2018년 경전반에 등록했고, 경전 공부를 이어감과 동시에 나에게는 생소하기만 했던 ‘행원참법’이라는 정토사의 월례 수행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행원참법은 쉽게 표현하면 ‘자비도량참법’의 약식 버전이다. 정토사 회주 덕진 스님께서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자비도량참법의 방대한 분량 가운데 일반 불자들에게 와닿는 구절을 발췌하고 최대한 쉽게 읽히는 우리말로 옮겨 하루 동안 참회 정진을 할 수 있도록 엮은 기도문이다. 정토사에서는 이 ‘행원참법’을 교재로 삼아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정진하는 모임이 지속 되어 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불교대학을 오래 다녔더라도 수행은 아직 생소했던 터라 처음에는 온몸이 쭈뼛거리고 어색했다. 다행히 그 어색함은 처음 법회에 동참한 날 ‘사홍서원’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행원참법은 동참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큰 울림을 주었다.

어떨 때는 참회하는 가운데 묵직한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또 어떨 때는 응어리가 내려간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홀가분함도 경험했다. 삶이 힘들 때 든든히 지켜주시는 부처님이 계셔서 큰 힘이 되었고, 속상하고 슬플 때 펑펑 울고 매달릴 수 있는 부처님이 항상 곁에 계셔서 큰 위로가 되었다. ‘좀 더 일찍 부처님 법을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인연이 되어 감사하다는 기도로 회향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어느 날, ‘세상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겠노라’, 이런 생각이 사무쳤다.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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