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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조계향의 ‘불국사 금돼지’

기자명 신현득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 숨은 금돼지
서유기 저팔계 떠올리며 동시로 구상

저팔계는 먹기 좋아하는 돼지
공양물 관리한 심부름꾼인데
배를 불리다보니 극락에 못가
극락과 왕래있는 극락전 온 것

시인이 경주 불국사 극락전에 참배를 하러 갔다. 극락전은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법당이다. 경전에 의하면 아미타부처님은 왕의 자리를 버리고 법장이라는 비구스님이 되어 부처님 나라(정토)를 이룩하기 위해 마흔 여덟 가지 대원을 세우고 정진하였다.

지옥과 아귀가 없는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원, 먹고 싶은 것을 원하면 칠보의 바루에 담겨서 절로 나타나는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원, 입고 싶은 옷이 절로 나타나는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원, 나쁘다 괴롭다는 말조차 없는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원이었다. 또 국토와 나무와 집이 모두 칠보로 된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원,  사람의 수명이 끝이 없는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원 등 마흔 여덟 가지였다.

이 마흔 여덟 대원은 그대로 이루어져 서방에 극락세계가 되었고, 법장비구는 극락세계의 아미타부처님이 되었다. 

시인은 이러한 경전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참배를 마친 뒤 법당 안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현판 뒤에 금돼지가 놓여 있지 않은가. 조선 명종 때 만든 것이라 했다. 순간 시인은 ‘저팔계가 여기에 와 있군’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인은 금돼지를 보고 동시 한 편을 구상해보았다. 

 

불국사 금 돼지 / 조계향

온갖 요괴 무찌르며 머나먼 천축길을 
삼장법사 모시고 간 손오공·저팔계·사오정.

부처님 말씀대로 욕심 버린 
손오공·사오정은 극락세계 갔는데
  
먹을 걸 좋아하던 저팔계는
심부름꾼 정단사자 되어 

여기 저기 다니며 
실컷 배불리 먹었대.

많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손오공‧사오정이 보고 싶어진 저팔계.
극락전 찾아 와 기다리다
남몰래 현판 뒤에 숨었는데

쿨 쿨 쿨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지.
 
몇 백 년 동안 실컷 잠만 자던 저팔계
손오공·사오정은 만나지도 못했는데

사람들 눈에 먼저 띄어
복 주는 금돼지로 소문 났대나.

조계향 동시집 ‘볼 시린 무’(2020)에서


저팔계는 중국 명나라 때 오승은이 쓴 불교 동화 ‘서유기’에 나오는 동물이다. ‘서유기’는 당나라 때 서역에 가 대승경전을 구해 온 삼장법사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삼장법사를 도와 요괴를 물리치며 길을 이끄는 동물 캐릭터 셋이 있었는데 손오공·사오정·저팔계였다.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요, 사오정은 하천에서 나타난 상상의 동물이었다. 저팔계는 생각이 단순하고 먹기를 좋아하는 꿀꿀이 돼지였다.

시의 내용에 따르면 부처님 말씀대로 욕심을 버린 손오공과 사오정은 아미타부처님 나라로 극락왕생을 했다. 먹는 걸 좋아했던 저팔계는 공양물을 관리하는 심부름꾼인 정단사자가 되어 배를 불리다 보니 극락을 가지 못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흘러 옛 친구 손오공과 사오정이 보고 싶어서 극락과 왕래가 있는 극락전에 온 것이다. 그러다가 미련한 꿀꿀이 저팔계가 현판 뒤에서 쿨쿨 잠이 들고 말았다. 몇 백 년을 자다가 깨어보니 자신이 금돼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불국사 금돼지가 복을 준다는 소문이 났으니 다행이다. 

시의 작자 조계향은 진도 출신(1964)으로 2012년 동서문학상에 동시로 등단, 동화집 ‘크라크라산의 비밀’(2013)과 전기한 동시집 ‘볼 시린 무’(2020)를 출간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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