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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사찰재정난 극복하려면

  • 기자칼럼
  • 입력 2020.04.03 09:58
  • 수정 2020.04.06 13:08
  • 호수 1532
  • 댓글 0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찰재정난 심각
사찰재정구조 근본적 개선 필요 지적 많아
신도들 기도비부터 자동이체 방식 변경필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찰재정난이 심각하다. 2월부터 산문을 폐쇄하고 대중 법회 등을 중단하면서 사찰을 찾는 신도와 참배객 수가 급감한 게 주된 요인이다. ‘코로나 감염확산 방지에 불교계가 모범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사찰 운영을 책임지는 주지스님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신도들의 기도 및 연등비가 집중됐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계종 총본산 서울 조계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연등접수는 지난해 30% 수준이다. 2월과 3월 음력 초하루법회를 중단한 데다 연등접수도 급감하면서 조계사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3단계 지침을 마련해 비용절감에 나설 계획이지만 이대로라면 그동안 조계사가 진행해 온 복지시설 및 단체 지원 등 대사회적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조계사와 같은 도심사찰은 지방 산중사찰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방과 산중사찰에서는 “사람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남지역의 한 사찰 주지스님은 “지난 달 집계된 총수입이 약 100만원”이라면서 “이제 소외계층 장학사업은 고사하고 공양주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사찰재정난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은 신도들과의 대면접촉에 의한 획일적인 사찰의 재정구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다수 사찰의 운영예산은 정초기도와 초하루법회, 부처님오신날 연등공양비, 백중 및 동지기도 등 큰 연중행사 때마다 절을 찾은 신도들의 기도비와 보시금으로 충당된다. 이렇다보니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처럼 신도들이 절을 찾지 못하면 사찰의 재정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찰 재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로선 각 사찰마다 신도들의 기도비를 CMS를 활용한 자동이체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사찰마다 1년 동안 진행될 주요 법회와 기도를 신도들에게 사전에 공지하고 그해 자신이 낼 기도비와 보시금을 매월 정기적으로 자동이체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신도들은 재적사찰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고, 사찰운영의 일원이라는 자긍심도 키울 수 있다. 사찰은 체계적인 신도관리가 진행될 수 있고, 매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코로나와 같은 예기치 않은 일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게다가 수입과 지출이 은행계좌를 통해 이뤄짐에 따라 사찰 재정의 투명화가 담보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코로나19는 불교계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며, 이는 사찰재정난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시국에 불교계는 사람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을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사찰 재정난 타개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기도비 등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그 변화의 첫걸음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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