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3장 ‘공안’과 ‘간화선법’
14. 13장 ‘공안’과 ‘간화선법’
  • 선응 스님
  • 승인 2020.04.07 09:38
  • 호수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안은 1700개 법칙…간절함이 참선

굶주려 밥 생각하듯 공안 참구
간절함 있어야 완전하게 깨쳐
환산정응이 몽산에게 보인 법
‘몽산법어’가 간화선의 교과서

대혜종고(1063~1135)의 ‘간화’는 ‘활구’이고, 굉지정각(1091~1157)의 ‘묵조’는 ‘사구’다. 백파(白坡亘璇, 1767∼1852)의 ‘선문수경’에서 ‘활구’로 3요(청정‧광명‧무애)를 증득하면 ‘조사선’이고, ‘여래선(위앙종, 법안종, 조동종)’과 ‘의리선(교리적 분별)’은 ‘사구’라고 한다.

본문에서 “‘공안’을 참구할 때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마치 닭이 알을 품은 것과 같으며,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과 같고, 굶주릴 때 밥 생각하는 것과 같고, 목말라서 물 생각하는 것과 같고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과 같으면 반드시 완전하게 깨달을 때가 있다”고 한 내용은 환산정응(皖山正凝, 1192∼1275)이 몽산덕이(蒙山德異, 1232∼1308)에게 보이신 ‘법어’다. ‘몽산법어’는 ‘간화선’ 교과서다. 나옹(懶翁惠勤, 1320~1376)이 1350년에 편찬하고, 1460년 혜각(信眉慧覺, 15세기)이 한글로 번역했다(동국대 소장).

해석은 “조사 ‘공안’은 1700 법칙이 있다.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마삼근(麻三斤)’ ‘간시궐(乾屎橛)’ 등이다. 닭은 따뜻한 기운을 지속해서 알을 품고, 고양이는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고 쥐를 잡으며, 배고프면 밥을 생각하고 목마르면 물 생각하며,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다 진심에서 나온다. 가식으로 마음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간절한 것이 ‘참선’이다. 간절한 마음이 없으면 완전하게 깨달을 수 없다”고 한다. 

‘구자무불성’은 ‘조주어록’에서 “‘개에게도 깨달음의 성품이 있습니까?’ 물으니 ‘없다(無)’고 하자, ‘삼세제불과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성이 있는데, 왜 개는 없습니까?’하니 조주(趙州從諗, 778~897)가 ‘업식(業識)의 성품이 있기 때문이다’”고 한 공안이다. 인과를 형성하는 행위가 ‘업(kamma)’이고, ‘마음’을 근거로 하는 ‘의식(niyama)’은 ‘업’을 형성하는 힘이다. 마음만 먹으면 과보가 생하므로 ‘12연기’에서 ‘식을 연해서 ‘행’을 생한다고 하고, ‘기신론’에서 “‘식’의 뜻은 태에 들었을 때에 움직이는 ‘한 마음’이고, ‘무명’의 힘으로 깨닫지 않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즉 태어나기 이전, 과거부터 익혀진 의식 작용으로 부처가 될 수 없다. 

‘몽산어록’에서 “단지 이 하나의 ‘무’자로 ‘자기’를 알아야 하며, ‘조주’를 알아야 하며, ‘불조’를 물리치고 ‘사람’을 증득해야 한다”고 하였고, ‘태고(太古普愚, 1301∼1382)어록’에서도 “이 ‘무’자는 한 알맹이가 옹심이가 되고 한 점의 철이 곧 금이 되는 것과 같다. 겨우 ‘무’자를 들어서 삼세제불의 면목을 들추어내었다. 하루 종일 움직이고 앉고 서고 눕는 가운데 단지 화두를 생명의 뿌리로 삼아 항상 또렷하게 때때로 점검하고 살펴서 화두를 잡아 눈앞에 붙여 두어라”고 하였다. 

‘정전백수자’는 ‘조주어록’에서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으니, ‘뜰 앞의 잣나무’라고 한 공안과, ‘마삼근’은 ‘벽암록’에서 ‘어떤 것이 부처인가?’를 묻는 것에 동산수초(洞山守初, 910~990)화상이 ‘삼나무 세 근’이라고 한 ‘공안’이다. ‘마(麻)’는 시원한 여름을 지낼 수 있는 옷감을 만들 때 쓰는 풀이다. 근(斤)은 원래 ‘자르다’의 동사이다. 중국고대에는 생산 도구와 무기는 같은 것이다. 무게 단위를 나타내는 ‘근(釿)’을 ‘근(斤, 375g)’으로 썼다. 말하자면 ‘대마는 1800g’이라고 한 ‘공안’이다. 

‘간시궐’은 운문(雲門文偃, 864~ 949)의 ‘광록’에서 ‘부처(佛, buddha, 깨달음)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운문이 ‘마른 똥 막대기’라고 한 이 ‘공안’들은 ‘선학자’의 ‘화두’이다. 천목(天目中峰, 1243∼1323)의 ‘명본잡록’에서 “일을 다스리고 사물에 접촉해서 곤란한 고통으로 근심하거나 어렵고 험난한 액운의 때에도 다 ‘화두’를 생각해라”고 하며, ‘태고’는 “‘화두’가 순수하게 익어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면 몸과 마음이 홀연히 공하여 비워지고 응집되어 움직이지 않아서 마음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질 때 ‘화두’ 하는 당사자만 남아 있는 경계다”고 한 것이 ‘간화선법’이다.

선응 스님 동국대 불교학 박사 sarvajna@naver.com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