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질문과 대답 통한 바라문 교화
14. 질문과 대답 통한 바라문 교화
  • 이필원 교수
  • 승인 2020.04.07 10:02
  • 호수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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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또 물어라! 그곳에 길이 있다”

붓다 재세시 유행자에 즉문즉답
질문 받지않으면 스승자격 없고
질문 안하는 제자 길 찾지 못해
붓다 교화 특징은 ‘묻고 답하기’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아마도 ‘질문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 세상에 대한 질문을 통해 호모사피엔스는 놀라운 인지혁명을 이루었다. 이는 어린아이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린아이는 모든 것이 궁금하다. 정말이지 기발한 질문들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호기심을 상실한 어른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질문들의 홍수 속에서 아이는 점차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자신과 세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더 이상 질문하지 않으면 고착된 인지의 영역 즉 이미 형성된 관념속에 매몰되게 된다. 질문은 관념의 틀을 깨뜨리는 훌륭한 도구이다.

붓다가 라자가하(왕사성)의 벨루와나(죽림)에 있는 깔란다까니와빠(Kalandakanivāpa, 다람쥐를 키우는 곳)에 계실 때였다. 그 때 사비야(Sabhiya)라고 하는 유행자(외도의 출가자)가 있었는데 한 천인이 그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 밑에서 청정한 삶을 영위할 것을 당부한다. 사비야는 질문의 내용을 배워서 당시 유명한 스승들을 찾아가 질문을 했다. 하지만 적당한 답변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화를 내면서 ‘그대가 말해보라’고 윽박질렀다. 유명하다는 여러 영적 스승들을 만났지만 그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그는 “에이, 세상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세속의 쾌락이나 즐기며 살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젊은 수행자인 고따마(붓다)를 떠올렸다. “그는 젊지만 뛰어난 수행자이니 그에게 질문을 해 보자”고 생각한 그는 붓다를 찾아가게 된다.

“[사비야] 의심이 있고 의혹이 있어 왔습니다. 질문들을 여쭙고자 간절히 원하오니, 저를 위해 그 끝을 내어주십시오. 제가 질문들을 여쭈면 차례대로 가르침에 따라 분명히 대답해 주십시오. (Sn.510)

[붓다] 사비야여! 마음속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내게 질문을 하십시오. 그 낱낱의 질문에 대해서 내가 그 끝을 보여주겠습니다. (Sn.512)”

붓다에게는 고정된 도그마가 없다. 그렇기에 붓다는 텅빈 허공과 같은 존재로, 어떠한 것에도 걸림이 없다. 붓다의 가르침은 사유의 결과로 도출된 것이 아니기에, 막힘이나 시비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여실히 보고 아는 붓다이기에,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그 질문의 끝을 보여주겠습니다”라는 사자후가 가능한 것이다. 

사비야는 붓다의 이 사자후를 듣고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로다. 나는 다른 스승들에게는 질문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는데 고따마는 그 기회를 주셨다’라며 기뻐했다. 그리곤 16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내용은 주로 수행자와 관련된 것들이다. 질문과 즉시 답변이 주어졌다. 이에 사비야는 기쁨과 환희에 차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당신은 저에게 의심이 있는 것을 아시고 저를 의혹에서 건져 주셨으니 당신께 예배드립니다. 성자시여, 해탈의 길을 성취한 님이시여, 황무지가 없는 태양의 후예시여, 당신은 온화하십니다.”(Sn.540)

붓다의 길에는 열리고 닫히는 경계[無門]가 없다. 그래서 그 문 없는 문은 오직 질문을 통해서만 들어설 수 있다. 붓다의 마지막 가르침 중 하나도 “비구들이여, 붓다나 가르침, 승가나, 길이나 방법에 대해서 의심이나 의혹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 훗날 묻지 못했다고 후회하지 말라”였다. 붓다는 상대의 질문을 독려하고, 그 질문을 통해 진리의 길에 들어서게 한다. 붓다 가르침의 핵심은 질문과 대답 속에 있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길을 찾지 못한다.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은 스승이 될 수 없다. 붓다가 사람과 하늘[人天]의 스승인 이유는 모든 존재의 의혹을 밝혀, 깨달음의 길을 바로 보여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묻고 또 물어라. 그곳에 길이 있다”가 붓다 교화의 특징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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