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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기자명 심원 스님

괴물에게 먹히듯 트랙터에 빨려 들어간 유채꽃들이 산산조각 흩뿌려진다. 샛노란 평원의 곱디고운 유채꽃밭은 그렇게 짓이겨져 참혹하게 망가져 버렸다.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상춘객들이 제주도로 몰려오자 서귀포시가 결국 3만평의 유채꽃밭을 갈아엎은 것이다.

2020년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온 세계를 뒤집어 놓았다. 지구 최상의 존재라 자부하는 인류가 ‘이 하찮은 바이러스’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간 사람들이 만나 어울리며 해왔던 모든 사회적 행위들이 ‘감염의 두려움’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멈추어 섰다. 사회 시스템이 뒤엉키고 지구촌 나라들은 앞 다투어 빗장을 걸고, 세계경제는 글로벌 공황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언젠가 이 사태 또한 끝날 것이지만 중세 유럽을 초토화한 흑사병이 그랬듯이, 21세기 판데믹의 코로나19도 인류에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어떠할까?  

다양한 예측이 있지만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단언한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세상은 지금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거대한 사회구조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도 달라질 것이다. 이전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는, 과거와는 달라진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형성될 것이다. 코로나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권장되었던 ‘드라이브 스루’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비대면 접촉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나 유연근무가 확산되고, 의료분야와 교육분야에서는 원격서비스와 온라인 강좌가 전격 도입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디지털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것이다. 그 새로운 세계에서 불교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과 마주해야 할까. 한 일간지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종교별 대응 태도에 관한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불교와 가톨릭이 정부 방침에 따라 법회와 미사를 중단한 것과 달리 개신교 일부가 예배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 가장 큰 차이는 교단 수장의 권한과 조직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3대 종교 시설을 기업이나 상점에 비교하면 가톨릭 성당은 다국적 대기업의 직영점이고, 불교 절은 프랜차이즈 기업 매장이며, 개신교 교회는 상인조합이나 시장 번영회에 속한 자영업 매장에 가깝다.”

물론 불교에는 다수의 종단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유형으로 규정짓기는 어렵지만,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의 경우 기사의 분석과 같이 프랜차이즈에 상당히 부합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의 생명은 특성화된 브랜드 이미지이다. 그리고 각 지점에는 브랜드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의 자율성과 재량권이 보장된다. 그런 면에서 불교는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교리와 폭넓은 수행법을 갖춘 종교라는 브랜드 특성을 기반으로 다채롭게 운영할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앞에 과학기술과 문명의 취약함을 목격했던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종교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모여서 함께 하는 종교의식은 점차 줄어들고 대신 온라인 법회나 SNS를 활용한 포교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웃 종교에 비해 대면접촉 포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불교계로서는 비대면 접촉방식이 뉴 노멀이 된 시대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흐름을 통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T를 활용한 포교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팔만대장경의 가르침과 역사문화 자산을 콘텐츠로 하여 맞춤형 원격 서비스 체제를 구축한다면 코로나가 가져온 뉴 노멀이 다양한 층을 섭수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위기는 기회다. 그러나 지혜를 가지고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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