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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의분통(五義分通)

기자명 정원 스님

사분율과 대승불교가 상통하는 5가지 특징

도선율사, 성문율 대승적 회통
일체중생성불론·불자 등 근거
대승불교와 자연스럽게 융화
북방 대승불교 수행전통 확립

당나라 도선율사는 16세에 20일 만에 ‘법화경’을 다 외웠고, 17세에 혜군화상을 은사로 삭발 출가하고, 20세에 지수율사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26세에 스승의 권유로 지수율사에게 율장을 공부한 후 선정에 관심이 많아 좌선수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승으로부터 ‘계행이 깨끗하면 선정이 밝아지고 지혜가 비로소 제대로 잡히는데, 이제 겨우 한 번 들었을 뿐 실행도 해보지 않고 어찌 지범(持犯)을 알겠느냐’라는 꾸지람을 듣고 지수율사에게 돌아가 총 6년 동안 율장과 주석서를 20번 열람하였다.

그는 사분율 속에서 대승과 통하는 요소들을 찾아내어 성문율을 대승적으로 회통하였다. 그의 탁월한 지견은 남산율종이 중국 계율전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역할을 했다. 그가 찾아낸 대승사상과 통하는 다섯 가지 특징을 오의분통(五義分通)이라고 한다.

첫째, 답파마라존자의 회향심이다. 무근방계(無根妨戒) 연기(緣起)에 따르면 아라한과를 얻은 답파마라 존자는 선정에 들어 다음과 같이 사유하였다. ‘이 몸은 무상하고 생멸하며 견고하지 못하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하면 미래에 견고한 법신을 얻을 수 있을까? 대중스님들에게 힘껏 공양을 올리고, 가사를 분배하고, 시주자의 공양 받을 차례를 정하는 소임을 해야겠다.’ 답파마라 존자가 낸 이러한 마음은 무상하고 생멸하는 성문의 삼승신(三乘身)을 싫어하고, 보살의 법을 추구하며, 마음을 대승으로 회향해서 이타행을 실천하고자 한 것이다.

둘째, 일체 중생 성불론이다. ‘사분승계본’ 회향문 중 ‘내가 지금 계경을 설한 모든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베풀어 다 같이 불도를 이루기를 발원’하는 대목이 있다. ‘개공성불도(皆共成佛道)’라는 말에 화엄과 법화의 원돈요의(圓頓了義)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사분율장을 채집한 담무덕 존자가 불승 외에 이승(二乘)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성문승과 연각승으로 회향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셋째, 불자(佛子)의 호칭이다. 서문에 ‘여시제불자(如是諸佛子)’ ‘불자역여시(佛子亦如是)’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범망경’ 대승보살계에서는 출가승을 불자라고 부르지만, 소승계에서는 모든 출가대중의 호칭은 비구이다. 그러므로 사분율 속의 불자라는 호칭은 담무덕 존자의 뜻이 불승(佛乘)으로 돌아가는데 있음을 드러낸다.

넷째, 사타(捨墮) 범한 물건을 내놓을 때의 마음이다. 사타죄는 내놓는 마음, 내놓는 물건, 그리고 절차에 의한 참회법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참회가 성립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결여되면 여법한 참회가 되지 않는다. 죄를 범한 후 물건을 내놓을 때 ‘내놓는 마음(捨心)’의 진실성이 중시된다. 여기서 바로 ‘의업을 중시’하는 대승의 뜻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6식(識)이 6진(塵) 경계를 요별한다. 색성향 등의 육진(六塵) 경계는 ‘안식’ 등이 ‘식지(識知)’하는 대상이지, ‘안근’이 아는 대상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소망어계를 해석하는 부분에 ‘안식이 볼 수 있다(見者眼識能見)’ 등은 바로 ‘식이 본다(識見)’는 뜻인데 이는 곧 대승과 통한다.

도선율사는 이를 근거로 ‘사분율’에 의해 구족계를 받더라도 ‘일체 모든 악을 끊고, 모든 선은 행하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사홍서원과 광대한 보리심으로 시방법계를 대상으로 티끌 수와 같은 계체가 발하도록 대승의 마음을 함께 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로써 북방불교의 출가자는 성문율인 비구계를 반드시 수지하면서 동시에 대승불교의 정신을 구현하는 수행전통이 확립되었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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