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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건축의 미래

기자명 효탄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0.04.20 11:06
  • 수정 2020.04.20 11:07
  • 호수 1534
  • 댓글 0

전통사찰을 보는 즐거움 만큼 새로운 사찰 건축물을 찾아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어떤 나라 어떤 지역에 가더라도 그곳의 건축물은 항상 우리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건축물은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생각을 담고 있는 건축물’을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로마 종교건축물과 그리스 종교건축물을 대비해보면 ‘노블’과 ‘심플’의 미학이라 할까?

20세기 건축은 오히려 로마보다는 그리이스 건축이 기초가 되고 있으며, 나아가 로마·그리이스의 만남을 통해 화해·융합·다양성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의 전통사찰 건축물을 보면 유네스코 지정 산지승원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불교의 교리와 이상을 그대로 담아 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생활 건축물을 보아도 일찍이 공간·비움의 미학과 절제·분절의 이상과 실천을 담고 있으며 그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공간 철학과 생각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항상 우리들의 과제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건축물로는 문화재청 건축분과위원으로 있을 때 추진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다. 전통 건축물인 흥인지문과 그 주변지역과의 조화를 위해 심사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얼마나 반복하였던가! 그만큼 새로운 건축물을 세운다는 것은 많은 고민과 안목을 거쳐 이루어진다. DDP는 2015년 세계명소 52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우리네 신 사찰건축의 경우를 보자. 요즘 나는 한 사찰의 주지로 살면서 증축공사를 하게 되었다. 낡고 좁은 건물을 헐고 복합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예전에 비해 좀 넉넉한 새로운 사찰건축물이다. 그러면서 자연히 요즘 시대의 신 사찰건축은 어떠한 모습인가를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이미 선각자적인 생각을 담은 여러 신 사찰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리품 팔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신 사찰건축 1호로 꼽는 것이 동국대 대각전이라고 한다. 예전에 그곳에서 강의하였던 기억이 있어 혼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산 여래사를 비롯해 안성 도피안사, 안양 한마음선원, 상도동 상도선원, 목동 국제선센터, 안양 비웅사, 논산 관동사, 천안 황룡사, 춘천 제따와나선원, 담양 정토사, 공주 전통문화연수원, 탄허박물관, 만해마을, 위례 대원사 등을 찾았다. 최근에는 오대산 명상마을-옴뷔마을(OMV)이 회자되고 있다. 그렇게 손꼽아 보니 신 사찰건축의 범위 안에 꽤 많은 사찰들이 들어온다. 우리네 현대 사찰건축은 1980년대부터 시작하여 연륜이 그리 길지 않다. 그동안 건축 소재 등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연륜에 비해 건축가와 스님들은 전통에만 머물지 않고 선도적으로 불교의 종교적 이상을 재해석하고 과감히 자신들의 생각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시대에 맞추어 문화공간을 종교적 공간에 들여놓고 있다. 이를 보면서 불교는 교리만큼이나 다양성·포용성을 갖고 새로운 사찰건축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건축이 전통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문화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름 아닌 종교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모든 예술의 꽃이라 한다. 그만큼 복합적 지식과 생각이 어우러져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된다. 또한 건축은 문화적인 상징과 예술적인 작업이다. 거기에 사찰건축은 종교성이 추가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안고 우리의 신 사찰건축은 부단히도 발전해오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신 사찰건축은 진행형인 것이다. 우리는 전통을 살리면서 신 사찰건축이 미래의 전통이 될 수 있도록 부단한 고민과 정진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효탄 스님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hyotan55@hanmail.net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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