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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이며 장애까지 가진 여신도가 직접 들어서 전한 부처님의 가르침

  • 불서
  • 입력 2020.04.20 11:16
  • 호수 1534
  • 댓글 0

‘이띠웃따까’ / 각묵 스님 옮김 / 초기불전연구원

‘이띠웃따까’

“8만2천은 부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고, 2천은 비구들로부터 받은 것이니, 나는 8만4천 가지의 이러한 법들을 전개하노라.”

부처님 곁에서 가장 많은 법을 들어 다문제일로 불리는 아난다 존자가 ‘장로게’에서 읊은 내용이다. 이렇게 8만4천의 법이 경‧율‧논 삼장으로 전해지는 초기불전 가운데 경장은 ‘디가 니까야(길게 설하신 경들의 모음)’ ‘맛지마 니까야(중간 길이의 경들의 모음)’ ‘상윳따 니까야(주제별 경들의 모음)’ ‘앙굿따라 니까야(숫자별 경들의 모음)’ ‘쿳다까 니까야(그 외 여러 가르침들의 모음)’ 등 5부 니까야로 나누어져 있다. 

이 5부 니까야 중에서 ‘쿳다까 니까야’는 15개의 경전들로 구성되었고, 네 번째 경이 이 책 ‘이띠웃따까(여시어경)’다. 학자들이 4부 니까야와 같은 권위를 가진 초기불전으로 인정하고 있는 ‘이띠웃따까’는 ‘쿳줏따라’라고 하는 청신녀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들어서 그녀가 모시던 사마와띠 왕비와 시녀 500명에게 들려준 것을 모아서 전승한 것이다. 여기에는 112개의 부처님 가르침이 들어있다. 

지난 2006년 ‘디가 니까야’를 전3권으로 번역한데 이어, 2009년에 ‘상윳따 니까야’를 전6권으로, 2016년 논장의 ‘담마상가니’를 2권으로, 또 2018년에 논장의 ‘위방가’를 2권으로 각각 번역해 출간한 각묵 스님의 역작이다.

역자가 “초기불전을 읽는 재가불자들이 이 책 한 권으로 초기불교의 중요한 법수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520개가 넘는 주해를 단 책은 재가 여신도가 들어서 모은 부처님 말씀이라는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다. 경장은 모두 일차합송에서 마하깟사빠 존자가 질문을 하고 아난다 존자가 읊어서 채택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재가자, 그것도 하녀이면서 몸까지 구부정한 여인이 듣고 외워서 사마와띠 왕비와 500명의 시녀들에게 전해주면서 함께 합송하여 사부대중에게 퍼져나갔고 그래서 일차합송에서 아난다 존자의 제안으로 정전(正典)으로 채택됐다. 

책에 포함된 경들은 모두 부처님이 읊은 게송들을 담고 있고, 이 게송들이 각 경의 중심이 된다. 이 112개의 경들 가운데 33개가 4부 니까야에 포함된 경들과 일치하며 ‘청정도론’에 인용되기도 했다. 

또한 간단하고 명료한 가르침만 전승이 되기 때문에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에 관계된 가르침은 나타나지 않지만 “비구들이여 탐욕이라는 한 가지 법을 버려라. 나는 그대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보증하노라” “무량한 자애를 닦는 마음챙기는 자는 족쇄들이 엷어지고 재생의 근거가 파괴됨을 보노라. 단 하나의 생명일지라도 성 안 내는 마음으로 자애를 보내면 유익함이 있나니 모든 생명들에게 광대한 연민의 마음을 가진 성자는 공덕을 짓노라…”와 같은 간단명료한 부처님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이띠웃따까’에 담긴 112개의 경들은 부처님이 설했던 인간평등, 양성평등, 생명체 평등과 출재가의 평등 사상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책은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지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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